[어버이날에 소환된 흑백사진 한 장... 김영만의 '농번기']

어버이날이다. 지난 해 봄 장모님마저 마지막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젠 친부모님과 장인, 장모님마저 뵐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중앙일보에 마침 어버이날을 기리는 듯한 김영만 사진작가의 사진 한 컷이 추억을 소환한다. <농번기>라는 제하의 1974년작 사진엔 마침 요 맘 때 모내기가 한창인 전북 고창의 농번기 모습이 적나라하게 실려있다.

봄 볕에 그을어 거무튀튀한 어머니의 얼굴과 이에 대비 되는 하얀 젖가슴, 미처 논 흙을 제대로 씻지 못한 왼 손은 엄마의 젖을 빠는 아이가 젖을 잘 먹을 수 있도록 정성껏 고이고 있다. 초등학교 다닐 법한 단발머리의 누나는 아마도 학교를 걸렀거나 조퇴했을 것이다. 

내 초등학교 시절도 그러했다.  여섯 살 터울의 막내를 돌보아야 해서 학교를 거르거나 수업 도중 종종 불려 나와야 했다. 그래서 난 초등학교 시절 개근상을 받지 못했다. 물론 나 때문에 9살 위의 작은누나도 자주 학교를 빠져야 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형제 자매가 많던 그 시절 농번기에 형이나 언니 누나, 오빠가  동생을 돌보아야 하는 모습은 농촌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수업 도중에 엄마가 유리창을 두들기며 "집에 가서 동생 좀 보아라"며 호출할 경우 , 담임 선생님의  양해 아래 조퇴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여 시골에선 우등상 받기 보다 개근상 받기가 더 어렵기도 했다고 한다. 

나를 챙기느라 학업을 자주 빠져야 했던 7순 중반의 포항 누님에게 안부 전화라도 드려야겠다. 

* 사진 글 / 윤승용(남서울대 총장)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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