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에 도서관 이름을 찍고 차로 달렸다. 포항시청이 보이고 시의회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주었다. 잘못 왔나 싶어 차를 세우고 대잠도서관 위치를 물어보았다.

"시청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저 뒤편 보이는 건물로 가시면 됩니다."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일단 주차를 하고 시청 들어가는 현관에서 직원에게 도서관 가는 길이 어디냐고 물었다. 길이 좀 복잡하다면서 도서관 1층 승강기 타는 곳까지 동행해 주었다.

어디를 가든 첫 인상이 중요하다. 따라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친절한 공무원들을 만나면 그 지역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감사할 일이다.

도서관은 포항시청 문화동 3,4층을 쓰고 있었다. 포항시립 포은도서관이 본관이고 그 아래 대잠도서관을 비롯해 7곳의 분관이 있다고 한다. 도서관의 수는 그 지역의 수준과 비례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무실로 가서 대잠도서관을 책임 맡고 있는 이선우 팀장과 이동윤 사서를 만났다. 도서관의 전통적인 이미지는 정적(靜的)인 것인데, 팀장과 이 사서는 거기에 딱 어울리는 사람 같이 보였다.

시청 부속 도서관 냄새가 나서 슬쩍 물어보았다. 도서관 이용자 대부분이 시청 공무원 및 그들과 관계 되는 사람들 아니냐고... 하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닙니다. 지역 주민들이 훨씬 많습니다. 한 7대3 정도 될 것 같습니다.지역 주민 7, 시청 직원 및 관련자 3..."

인근에 아파트촌이 자리하고 있고, 지역의 문화 수준이 높아서 도서관 이용자가 많다는 의미 같았다. 기자가 도서관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여러 사람을 만났다. 아이의 손을 잡고 빌린 책을 반납하러 온 젊은 모녀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포항시청 문화동 3, 4층을 대잠도서관으로 쓴다고 앞에서 언급했다. 제한된 공간을 짜임새 있게 나누어 쓰고 있었다. 군더더기는 빼고,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것만 있는... 3층엔 어린이자료실, 정기간행물실, 휴게실. 4층엔 종합자료실, 전자정보실, 사무실 등.

도서관을 탐방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것이 있다. 장서와 직원 수 그리고 이 도서관만의 특별한 프로그램 등이 필수 질문에 포함되는 것들이다. 이동윤 사서에게서 그침없는 답이 돌아왔다. 소장 도서 14만여 권, 직원 수 6명. 여섯 명의 직원이 14만여 권의 책으로 주민들을 섬기며 봉사하고 있다.

대잠도서관은 문학으로 특화된 도서관이어서 그런지 소장 도서 중 문학책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띠었다. 운영 중인 프로그램도 그랬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문학 특성화 프로그램도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정임 독서지도사가 이끄는 위대한 저서 읽기. 동서양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을 선정해서 읽고 토론하며 생각의 공감대를 넓혀 가는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호머의 일리아드 오딧세이를 텍스트로 택해서 공부한다. 또 하나는 최미경 작가 겸 시인이 이끌어가는 '시의 숲을 거닐다'이다. 우리에게 친근한 시인들의 작품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인데, 기대 이상의 소득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가능케 하는 것이 중앙으로부터 인문독서아카데미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것이 컸다. 또 이것의 상징 프로그램인 '역사로 보는 여성, 여성으로 보는 역사!'는 지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위치를 조명하는 강좌이다.

도서관의 공기는 청정해야 한다. 여기에 정신적 맑음까지 가세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도서관이 도서관으로써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잠도서관은 시청 직원이라는 이용자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지역의 수준 높은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도서관 방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대잠(垈潛)’의 뜻을 생각해봤다. ‘터 대’, ‘잠길 잠’. 터가 가라앉는다? 터를 지혜로 대치해 보았다. 지혜에 잠긴다. 도서관은 지혜를 쌓는 좋은 공간이다. 승강기까지 나와 배웅하는 이선우 팀장과 이동윤 사서를 보면서 대잠도서관이 밝은 미래를 그려보았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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