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본 신문 편집고문)

'멋진 삶이란 골방과 광장을 오가는 삶이다.' 욥기를 읽다가  떠올린 말입니다.
골방은 자기만의 안식을 누리는 곳이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대면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광장은 대중 속에 들어가 그들과 교제를 나누는 곳입니다. 사적 공간이 확보되지 않습니다.

광장만 있고 골방이 없는 삶은 천박해지기 쉽습니다.
반면 골방만 있고 광장이 없으면 자폐적인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둘 사이에 균형을 이루어야 하겠지요.

그럼에도 당분간은 골방 안에 있고 싶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충분히 광장 속에 있었습니다.
항상 무엇인가에 쫓기고 늘 무언가를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나 자신을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런 결핍의 시간은 지난 일주일이 아니라 훨씬 더 길었는 지도 모릅니다.

집에서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탁상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순간순간이 소중합니다. 잠시 무료해질 때에는 음악을 틀어놓고 선율 한 가닥 한 가닥을 깊이 호흡합니다.

시몬 베유가 '중력과 은총'에서 말한 대로 은혜에 의해 내 영혼이 스올로 빠지는 대신 천상으로 두둥실 떠오릅니다. 자유롭게 비상합니다.

"천사가 날 수 있는 까닭은? 자신을 가볍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작가인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1874~1936)이 한
말입니다. 그 천사들처럼 스스로를 가볍게 하려면 현실에만 몰두하지 않고 위를 바라보아야 할 줄 압니다.  가끔씩은 자신에게 자유로움을 주어야 합니다.
 제가 오늘 골방에 깊숙이 앉아 있으려 하는 이유입니다.

동시에 자폐적인 삶이 되지 않기 위해 광장에서의 교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연을 통해 세상을 더 넓고 깊이 알고자 합니다.

정현종 시인이 노래하듯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시인이 전하려는 뜻을 깊이 생각하며 대인관계에도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골방 뿐 아니라 광장에서도 자신을 살찌우는 저와 여러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창재  daum.net

이창재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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