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이 소식이 궁금하셨지요?
어디선가 잠을 자고서는 
매일 아침 날이 새기만 하면 찾아옵니다.
오기만 하면 먹이를 구하기가 쉬우니까 
자꾸 오는 것 같기는 합니다. 
와서는 먹이를 먹고 나갔다가 또 오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왔다갔다합니다.

그런데 녀석이 점점 
껌딱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행동도 갈수록 용감해져서 
내가 바깥에 나가면 어디선가 나타나
어깨에도 앉고 머리에도 앉고 그럽니다.
여름이라서 얇은 옷을 입고 일을 하는데
곤이가 내 몸에 앉으면 날카로운 발톱이 제법 아파서
녀석이 앉을 때마다 몸을 움츠리곤 합니다. 

엊그제는 가뭄 때문에 잎이 말라가는
벌개미취를 비롯한 꽃과 나무들에 물을 주는데
녀석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다니며
내 주변을 돌다가 내 몸에 앉기도 하고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저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한 번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녀석의 소리가 들리기에 찾아보았더니 
물을 주고 있는 고압분무기 호스 위에 앉아
덩실덩실 춤을 추며 저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고 웃기는 모습이었는데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일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녀석이 방에까지 따라 들어오려고 합니다.

어제 아침에는 
도라지 씨앗을 뿌려놓은 곳의 풀을 뽑고 있는데 
곤이 녀석이 찾아와서는 
무릎에도 앉고 어깨, 머리에도 앉고 해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를 불러 곤이를 좀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밤에는 비가 제법 내렸습니다.
오랫동안 가물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지요.
매일 한 시간 이상 물을 주지만 새발의 피였습니다.
그랬는데 미흡하지만 20mm 이상의 단비가 내려
식물들이 엄청 좋아할 것 같습니다.

새벽 2시쯤에는 제법 센 비가 내려 
곤이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생전 처음 이런 비를 맞고 있을 텐데...
녀석 어디 가서 비를 긋고 있는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날이 새자마자 나가봤지요. 
매일 일찍 오던 녀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참 뒤에야 녀석이 거짓말같이 나타났습니다.
정말 반가웠습니다.

밀웜도 잘 먹고 견과류 부스러기도 잘 먹고
며칠 사이에 부쩍 자란 느낌입니다.
꼬리도 제법 길어졌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박이는 
아직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정윤영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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