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글을 쓰고 싶어도 소재가 없으면 글이 나오지 않는다. 소재가 없으면 만들기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소재가 없을 수 없다. 주위에 널려 있는 게 글 쓸 재료들이다. 그 재료들을 글쓰기와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생각을 조금만 체계적으로 다져보자.

일 뒤에 글이 나온다. 일의 내용은 다종다양하다. 매일 반복되는 것은 글의 소재로써 가치가 없다. 일기를 써 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잠자고 일어나서 양치질하고 아침 밥 먹고 학교 가서 공부했다. 이런 것은 일기 쓸 거리가 안 된다는 것쯤은 알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특별한 일이 글의 좋은 소재가 된다. 생일은 1년에 한 번 돌아온다. 생일파티에서 있었던 일은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모처럼 부부가 여행을 다녀온 일,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친구를 면회한 이야기 등은 글의 좋은 소재가 된다.

이런 것을 찾아보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얼마 전 두메산골 청정마을에 있는 친구의 고택에서 모임이 있었다. 선교사로 외국에 가 있다가 10년 만에 귀국한 친구 부부 때문에 급하게 연락해서 모인 회합이었다. 1박을 하면서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이 모임을 소재로 한 편의 글이 나오리라고 기대한 친구는 없었던 것 같다. 허나 귀가해서 나는 '通, healing, 사랑'이란 제목의 글 한 편을 만들어 냈다. '청정마을에 모여 서로 마음이 通하니 healing이 되었고, 그것이 바로 사랑임을 깨달았다’ 는 내용이다.

일 뒤에 글을 생산해 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지인들이 여행을 갈 때 종종 나를 데리고 가려고 한다. 이럴 때면 방문지를 철저하게 공부해서 가능한 한 생생한 여행기가 될 수 있도록 애쓴다. 방문지 구석구석을 살피고, 메모하고 또 어떤 것은 카메라에 담아 기록으로 남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생동감 있는 글을 생산해 내는데 도움이 된다.

즐거운 글쓰기 몇 회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행문에 대해 언급했던 적이 있다. 여행은 글쓰기의 좋은 학습장이다. 먼저 방문지에 대해 사전 지식을 확보하고 여행지에서 중요한 것을 메모만 해 와도 어렵지 않게 기행문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이동에 따라 기록하는 것이니까 연결만 잘 시키면 된다.

여기에 보고 들은 것이 글의 소재가 되니까 쓸 것이 많이 비축되어 있는 셈이 된다. 비축되어 있는 소재를 끄집어내어 거기에다 살을 갖다 붙이면 훌륭한 여행기가 된다. 기행문을 몇 번 쓰고 나면 여행을 알차게 할 수 있는 요령까지 생긴다. 과외의 득을 얻기까지 한다. 늘 글의 소재를 생각하면서 둘러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이게 된다고 했으니.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일 뒤에 글이 나온다고 했다. 일이 글의 소재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선한 일로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일,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이타적인 내용, 요행이 아니라 수고한 대가가 결실로 맺어진 것 등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한 봉사와 구제, 경제적으로는 손해를 보았지만 정신적으론 넉넉한 보상을 받은 미담 등은 좋은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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