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할 일을 피하게 된다. 확실히 젊은이들보다 일에 대한 적응이 더디고 해 내는 데에도 굼뜨다. 노쇠현상으로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흐름에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은 피할 길이 없다. 무슨 묘책이 없을까.

글쓰기가 있다. 글쓰기는 직간접적인 경험의 산물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유리하다. 금아(琴兒) 피천득 선생은 수필을 청년의 글이 아니고 서른여섯을 넘어 선 중년 이상이 쓸 수 있는 글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수필뿐 아니라 모든 글에 해당된다.

글쓰기 공부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 못지않게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이다. 세상에 쫓기면서 여유 없이 살다 보니 글 쓸 틈이 없었던 사람이 은퇴 후 여행을 하고 쓴 글을 모아 책을 출판했다. 매끄러웠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늦게 등단해서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해서 부러움을 사고 있는 분들이 있다. 갑자기 은퇴를 하고 나니까 일종의 공황장애 비슷한 것이 왔다. 안 되겠다 싶어 대학 평생교육원 수필 창작반에 등록을 했다. 젊은이들과 어깨를 겨루며 열심히 공부했다.

수료 후 문학 동아리에 가입해서 습작을 계속하면서 등단까지 하는 복을 누리고 있다. 고희(古稀)를 넘어 등단을 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한 문학 단체의 수필 부분 신인상을 받기까지 했다. “젊은이들이 타야 할 상을 내가…”라고 했지만 기쁨의 빛이 역력했다.

은퇴하고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 꾸준히 운동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여기에 더해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글쓰기만큼 좋은 게 없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병균이 틈입할 여유가 없다.

노인질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치매이다. 한데 글 쓰는 사람에게는 감히 치매가 넘보지 못한다. 혼자 글쓰기에 매달리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게 글쓰기 강좌 수강과 문학 동아리 활동이다.

늦게 문학소년 소녀가 되어 보는 것도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서 사람이 남기는 '이름'은 글로 남겨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말보다 글은 보전성이 뛰어나지 않나.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글쓰기 공부를 열심히 시키고, 중장년 이상의 사람들은 직접 글쓰기를 해 보자. 글쓰기는 훈련이고 인내이다. 글을 많이 쓰다보면 마음에 드는 글이 꼭 나오게 되어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글쓰기는 인내다. 참고 꾸준히 전진해 보자.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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