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데 있어서 나 나름의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나 나름'이라고 표현한 것은 다른 사람은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을 정해 글을 쓰면 원칙을 벗어날 때 글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부자연스럽다.

먼저, 동어(同語) 반복을 피한다. 한 문장 안에 동일한 단어를 쓰지 않는다. 같은 문장뿐 아니라 앞뒤 가까이 있는 문장에서도 피하는 것이 좋다. 꼭 사용해야 한다면 같은 단어가 아닌 비슷한 단어(類語)를 사용한다.

글쓰기의 수준을 알기 위해서 동어 반복의 정도를 체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면 이런 경우와 자주 부딪힌다. 비슷한 말로 대체하라고 했는데 한글이면 비슷한 한자어를 생각해 보고 마땅치 않으면 영어에서라도 차용해서 쓴다.

둘째, 한자(漢字) 병기(倂記) 표기에 대한 견해이다. 한글 전용론자들이 들으면 께름칙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한자 사용을 남발하는 것은 나도 절대 반대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곳에는 한자를 병기할 것을 권하고 싶다.

잘 알다시피 우리말은 80% 이상이 한자에서 온 것들이다. 따라서 한글로 표기했을 때 정확한 뜻이 수용되지 않을 수가 있다. 물론 전체 글을 읽고 문맥을 파악하면 그 뜻이 추출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정력과 시간 낭비다.

한자만 병기해 준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례로 한글로 '이성'이라고 적어 놓았을 때 그게 '理性'을 가리키는지 아니면 '異性'을 가리키는지 그것도 아니면 '異姓'을 뜻하는 건지 헷갈릴 수가 있다. 이럴 때 한자를 병기해주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요즘은 영어 공용이 세계적 추세여서 한글에 영어를 병기할 수 있다. 가령 '정의'의 뜻도 여러 가지인데, 필요에 따라 definition(定義), justice(正義), friendship(情誼) 등의 영어를 병기해 줌으로써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내용을 암기해야 할 때가 있는데, 나의 경우는 한자 또는 영어로 병기해 놓았을 때 기억도 잘 되고 또 뇌리에 오래 남아 있다. 그렇다고 우리말과 글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언어의 기능이 정확한 전달에 있다고 할 때 고구(考究)가 필요하다.

셋째,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도 문법을 지켜야 한다. 이건 글쓰기 기본 중 기본이다. SNS의 영향으로 문법 탈피 현상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이건 장기적으로 볼 때 바른 언어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문자 주고받는 건 몰라도 활자화 될 글에서는 피해야 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글쓰기도 한결 쉬워졌다. 조금만 신경 쓰면 PC에서 다 처리해 준다. ‘한글 맞춤법/문법 검사기’에 자신이 쓴 글을 입력하기만 하면 완벽하게 해결해 준다. 생각만 미치면 글 쓸 수 있는 환경은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사족(蛇足) 하나. 본 글쓰기 연재의 제목이 '즐거운 글쓰기'이다. 글을 관심 갖고 읽은 한 독자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가 이의를 제기해 왔다. "필자인 목사님에게는 '즐거운' 글쓰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독자인 저의 입장에서는 전혀 즐겁지가 않은데요. 글 제목을 바꾸실 의향은 없으신지...", " 글쎄요. 고민해 보겠습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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