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글의 통일성 또는 응집성이라고 한다. 또 일관성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글의 일치성이라고 말한다. 쉽게 그냥 통일성 또는 응집성, 일관성과 섞어 생각해도 상관없겠다. 

그러나 내가 굳이 일치성으로 쓰는 이유가 있다. 전체 범주에 해당되는 법칙이 아니라 각 부분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숲 속의 조화로운 나무들을 생각하면 된다. 전체 속에 소속되어 있는 부분들의 일치.

몇 가지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해 보겠다. 먼저 관점의 일치성을 강조하고 싶다. 사물과 현상을 고정된 눈으로 보는 것이다. 이 '고정된 눈'이 곧 관점이다. 이것이 불분명하면 글이 우유부단(優柔不斷)해진다.

관점은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명료해야 한다. 정직한 필자만이 관점이 분명한 글을 쓸 수 있다. 가령 국정교과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양비론 또는 양시론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시제의 일치를 들 수 있다. 하나의 글에서 화자(話者)가 같음에도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용되어 독자를 혼란케 하는 경우가 있다. 시제의 일치는 관점의 일치만큼 중요하다. 이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물론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의 일을 예측하며 시제가 왔다 갔다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특별한 경우이다. 문장의 전체 시제는 언제나 일치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만 지켜도 글의 기본은 갖춰진다.

셋째, 경어체와 평어체를 혼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 편의 글에서 두 가지 체를 혼용해도 말은 된다. 그러나 이때 글의 품격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령 시작하는 문단에서는 경어체를 썼다가 두 번째 단락은 평서체로 죽 써 내려 가다가 마지막 문단에서는 언제냐는 듯이 경어체를 쓰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본다. 이것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서도 발견된다.

글을 쓰기 전에 경어체로 쓸 것인가 평어체로 쓸 것인가를 결정하고 결정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일치시켜 유지해 나가는 것이 좋다. 평어체를 쓰다가 경어체로 마무리하는 글들을 자주 보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명재 목사(본 신문 발행인, Ph. D)

이 외에도 글에서 일치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앞으로 필요할 때 덧붙이기로 하겠다. 글의 일치성은 체계적인 글, 논리성을 갖춘 합리적인 글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이다. 관점과 시점 그리고 문체의 일치는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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