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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일기(28) - 닭고기
정윤영 | 승인 2019.04.15 10:56

개나리꽃이 노랗게 피어나자 오랫동안 암탉이 둥지 속에 알을 품고 있더니 드디어 노란 이쁜 병아리들이 태어났다. 엄마 닭이 꼬꼬꼬 해대며 병아리 떼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며 모이를 찾는다. 

옆 집 사나운 개에게 몇 마리 희생되고 독수리에게도 몇 마리 잃고 났어도 다섯 마리나 잘 자라 큰 닭이 되었다. 

아버지께서 장닭을 한 마리 붙잡아서 모가지를 비틀어 뜨거운 물에 튀겨 닭털을 뽑아댄다. 신난다. 맛 좋은 닭고기를 먹겠구나 기대를 하며 침을 삼켜댔다. 

부엌 작은 옹솥에 푹 곤 닭고기 냄새가 집안 가득 퍼져 흐르니 군침이 절로 돈다. 저녁 밥상에 맛난 닭고기가 올라오겠거니 기대하면서... .

아니? 닭고기는 보이잖고 나물이 잔뜩 든 수제비국이 저녁상으로 들어왔다. 모두가 엄마 얼굴을 바라보곤 "닭고기는요?" 하니 아버지께서 엄마가 아파서 황기도 넣고 약으로 잡은 거니 너희들은 건드리지 말아라 하신다. 

에구, 이런... . 그 맛 좋은 닭고기를 맛도 못 본단 말인가? 호롱불을 끄고 잠을 자려 누웠으나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닭고기 생각에 잠이 안 온다. 

이불 속에서 살그머니 빠져 나와 뒷간에 가는 척하고는 부엌으로 살며시 들어서니 시커먼 누군가 후다닥 뒷문으로 도망을 간다. 깜짝 놀라 다시 들어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으나  그 놈의 닭고기 생각에 안절부절 잠이 안 온다. 

다시 살그머니 밖으로 나와 부엌으로 몰래 들어가 옹솥 뚜껑을 살며시 소리 안 나게 열고는 
손으로 듬뿍 건져서는 먹어대니 아~, 이렇게 맛난 고기. 

명절 때나 되어야 돼지고기국 한번 먹어 볼까 하는데... . 또 한 번 건져 먹고 더 먹고는 싶었으나 그만 먹어야지 엄마 약해야 하니까... .

그 이튿날 아침. 아침 밥상머리에 앉은 아버지께서 "누가 엄마 닭고기에 손을 댔니?" 하는 말씀에 이쿠, 조금 먹은 걸 어떻게 알았지? 가슴이 철렁 해댄다. 

또 한 번의 다그침에 모기만한 목소리로 '저유~' 하니 형아도 '저유~' 밑의 여동생 둘도 '저유~, 저유~' 해댄다. 뒤지게 혼이 날 줄 알고 겁을 잔뜩 먹었던 우린 "앞으로 약에 손대면 안댜?" 말 한 마디 하시곤 그냥 넘어갔다. 

몰래 부엌에 나가 옹솥을 열어 보니 기름이 동동 뜨는 국물 속에 닭 뼈만이 남아 있었다. 밤새 우리들이 몰래 다 먹어 치운 것이다.

* 친구의 아주 오래 된 옛날 일기입니다. 1954년 생, 진짜 촌놈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정윤영)

정윤영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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