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정윤영 페이스북에서

"형아, 같이 가~ " 오늘도 또 형아에게 빌어댄다. 요놈의 똥은 왜 캄캄한 밤에 꼭 마려운 건지... . 앞마당을 지나 헛간 구석진 곳 뒷간을 가려면 옛날 이야기 속의 달걀귀신도 나올 것만 같고, 멍석말이 귀신도... .

똥간에 산다는 똥귀신들이 금방이라도 달려 나와 붙잡아 갈 것만 같아 혼자는 못 가고 형아를 가자 졸라대건만 오늘도 형아는 내가 아끼는 팽이를 주면 함께 가 준다며 또 배짱이다.

동네서 제일 잘 도는 팽이인데 주기는 너무나 아깝고 그렇다고 혼자는 도저히 귀신들 무서워 못 가겠고... . 또 할 수 없이 아까운 팽이를 형아한테 뺏기고 말았다.

허~, 그런 방법이 다 있었구나. 오늘밤 당장 해야지. 어둠이 깔리자 아랫집 할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아무도 몰래 살짝 나와서 헛간 선반에서 자고 있는 닭들에게 다가가 큰절을 해대며 '닭이나 밤똥 눴지 사람도 밤똥 눴냐~' 이렇게 열 번을 해댔다.

이젠 다신 밤중에 똥 마렵지 않겠지. 그럼 아까운 내 물건 형아한테 뺏기지도 않고... . 신이 났다. 방에 들어와 동생들과 놀다보니 아~, 이런... . 그렇게 간절히 닭에게 빌어댔건만 또 마려운 똥. 어쩌나~.

오늘은 형아가 같이 가주는 대가로 내가 아끼며 쓰지도 않던 저 학습장을 달라 했는데... . 금방이라도 쌀 것만 같은데... . 엉덩이를 비비 꼬며 참을 대로 참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안 돼. 저 학습장은 도저히 아까워 못 줘.

씨~, 그래. 오늘 죽음을 각오하고 혼자 가는 거다. 그깟 귀신 살짝 가면 지가 어찌 알려고... .

방문을 열고 밖을 나오니 칠흑같이 어두움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까치발로 살살 어림 삼아 뒷간을 가는데 금방이라도 멍석귀신, 달걀귀신들이 달려들 것만 같다.

거적으로 된 뒷간 문을 들추고 더듬더듬 똥단지 위 나무 발판을 찾아 걸터앉고는 시원스레 똥을 누니 살 것만 같다. 똥귀신이 금방이라도 손을 내밀어 내 부랄을 낚아 챌 것만 같아 엉덩이를 번쩍 들고 다 보고는 보드랍게 망치로 패 한 쪽 구석에 세워둔 볏짚을 똘똘 말아 밑을 닦고 빨리 나가려 하는데 똥 다리가 기우뚱하더니 그만 똥통 속으로 쑥 빠져 버리고 말았다.

허리춤까지 차는 똥 속에서 살려 달라 소리 소리 쳐대며 엉엉 울어 버렸다. 금방이라도 똥귀신이 손을 내밀 것만 같고... . 엄마, 아버지의 손에 끌려 똥통 속에서 나와 샘으로 끌려 가 찬물로 몇 번을 오들오들 떨며 씻고 오니 똥냄새 난다고 형아도 동생들도 옆에 못 오게 한다.

큰 죄라도 진 죄인처럼 한 쪽 구석에서 쭈그리고 새우잠을 자야만 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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