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기스칸

정규훈(시인, 총신대 교수)

                              정규훈

식물은 정착하고 
동물은 이동한다
식물은 이슬 향기로 자라고 
동물은 바람의 감촉으로 깨어난다.
식물은 햇살에 손짖하며 뿌리를 내리고
동물은 풀꽃에 취해 잠든다
식물은 하늘빛 춤을 추고
동물은 무지개를 보며 웃는다

인간은 비구름 타고와
식물의 품에서 잉태되고
동물처럼 달려간다
인간은 눈물로  몸을 씻고
수평선에 꿈을 심는다
눈물이 증발하여 멈춘 자리
샘물 솟아 뜨거운 가슴 흔들어
끝없이 비상(飛上)하는 그대여

그대는 정착하기 위해 이동하는가
이동하기 위해 정착하는가
머물지 못하는  사랑
떠나지 못하는  애증 
사랑이 두려워 길 떠나는 사람
사람을 찾으러 땅을 파던 사람
바람의 사자(使者) 징기스칸

* 시는 도마다. 온갖 사물을 그 위에 올려놓고 요리한다. 요리를 하는 주인공은 당연히 시인. 정규훈의 시는 스케일이 크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시의 소재가 된다. 이 시 '징기스칸'에도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올려진다. 바로 우주 아닌가. 허전한 구석을 넓은 렌즈로 바라보니 수평선이 되고 좁은 렌즈는 샘물에 초점을 맞춘다. 보완재들이다. 거기에 징기스칸을 등장시키고 있다. 왜 하필 징기스칸인가? 역사상 가장 큰 나라 몽골을 세워서 다스린 사내, 그에 대한 설명은 4연으로 족하리라. '정착=이동', '사랑=증오',  '두려운 사랑=찾는 사람'. 강한 듯하나 연약하기 짝이 없는 징기스칸(成吉思汗), 그의 일생은 한 편의 서사시이고, 정규훈의 시 '징기스칸'은 그것의 압축일 터...(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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