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64) - 취임사 이야기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어떤 일을 맡고 직무를 시작할 때 일반적으로 하나의 의식을 갖는다. 이른바 취임식이다. 이 자리는 축하의 자리이기도 하고 다짐의 자리가 되기도 한다. 취임하는 사람은 어떤 방향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겠다는 내용을 취임사에 담아 모인 사람들 앞에서 전하게 된다.

취임사 이야기로는 대통령을 빼 놓을 수 없다. 문재인 이전 네 명의 대통령 취임사를 훑어 볼 기회가 있었다. 분량이나 내용에 큰 차이는 없었다. 글자의 크기가 다르긴 하지만 A4 용지 5~6 매 분량이었다. 이 정도면 낭독하는 데 25분에서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통령 취임사는 임기 5년 동안의 국정 방향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다. 준비팀을 구성하고 사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내용뿐 아니라 전체 글의 통일성과 문맥 심지어 단어 하나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독회도 여러 번 거친다.

이렇게 준비한 것을 취임하는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가다듬는다. 전문(傳聞)에 의하면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준비팀에서 작성한 것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고치지 않고 취임식장에서 그대로 낭독했다.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단어와 문투뿐 아니라 단락 전체를 바꾼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은 명 연설가로 잘 알려져 있다. 또 다독가이면서 필력이 좋아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기까지 했다. 취임사를 칼질할 만한 실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오늘(7월 2일)은 대부분의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들이 취임한 날이다. 7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지만 일요일이었던 관계로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보게 된 것이다. 제7호 태풍 쁘라삐룬으로 인해 많은 단체장들이 취임식을 취소하거나 한다고 해도 약식으로 대신했다.

우리 지역도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취임식을 생략했고 김충섭 김천시장은 예정대로 거행했다. 이 두 사람의 취임사가 데스크로 날아들었다. 물론 보도 자료다. 게시하기 전 읽고 든 첫 느낌은 마음을 많이 가다듬었고 또 공을 적지 않게 들였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따뜻했다.

어떤 취임사든 그것의 내용은 희망사항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잘만 하면 성사 가능성이 많은 것들로 나열되어 있었다. 물론 선거운동 당시 내 건 공약들을 요약해 놓은 것이어서 낯 설지 않았다. 단체장들의 의지가 중요한 만큼 중단 없이 진척되기를 바란다.

가령, 이철우 도지사의 경우 경쟁자들과 손을 잡고 경북 발전에 함께 하겠다고 했다. 이것이 낙선자 위로 차원의 덕담에 그치지 않으려면 빠른 시일 내에 이들을 초청해서 오찬 자리라도 마련하는 것이 실속 있는 행동이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지역 발전에 좋은 자원이다.

경북의 4대 정신으로 이 도지사가 내 세운 화랑정신 선비정신 호국정신 새마을정신은 어딘지 과거 지향적인 것 같다. 여기에 더해 미래지향적 정신 가치를 찾아 보완하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기업을 유치해서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 꼭 지키기 바란다.

이웃사촌복지와 동북아 해양관광 벨트 그리고 애향도민증 발급 등의 사업은 시행하기만 한다면 타 지역에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북유통공사 설립과 동부청사 건립은 다른 후보자들도 내 걸었던 공약이다. 예산의 문제가 따르겠지만 도의 균형 발전을 위해 실천에 옮겨져야 할 사안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보수 재건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 나라를 보수와 진보가 튼튼한 두 날개로 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뜻을 그들이 집권하고 있을 때 주창했으면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보수를 ‘건전하게’ 재건하기를 바란다.

김충섭 시장의 취임사는 평범한 내용이다. 그러나 있을 건 다 있다. 그는 서두에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실패하는 단체장들의 대분이 초심을 잃은 데 그 이유가 있다. 역시 일자리를 창출해서 살기 좋은 김천을 만들겠다고 했다. 복지 시정으로 더불어 잘 살기를 도모하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그가 내 건 공약이 적지 않다. 그는 공약평가단을 만들어 그것의 구체화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리 김천의 현안인 혁신도시와 원도심의 균형발전, 주민 참여 시정, 교육도시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정책과 예산의 뒷받침, 농촌도 풍요롭게 만들어 사고 없는 안전한 도시 김천을 만들겠다고 했다.

우리 시민이자 도민들이 할 일이 있다. 시장 또는 도지사가 하는 일을 ‘어디 잘 하나 두고 보자’ 하는 마음으로 팔짱만 끼고 있으면 안 된다. 진정 우리를 위한 일인진대 적극 돕고 응원해야 한다. 그래서 4년 뒤, 삶의 질이 표 나게 나아졌다는 것을 증언하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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