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월

                                 이오덕

이오덕(1925-2003, 교육운동가)

앵두나무 밑에 모이던 아이들이 
살구나무 그늘로 옮겨가면 
누우렇던 보리들이 다 거둬지고 
모내기도 끝나 다시 젊어지는 산과 들 
진초록 땅 위에 태양은 타오르고 
물씬물씬 숨을 쉬며 푸나무는 자란다 

뻐꾸기야, 네 소리에도 싫증이 났다 
수다스런 꾀꼬리야, 너도 멀리 가거라 
봇도랑 물소리 따라 우리들 김매기 노래 
구슬프게 또 우렁차게 울려라 
길솟는 담배밭 옥수수밭에 땀을 뿌려라 

아, 칠월은 버드나무 그늘에서 찐 감자를 먹는, 
복숭아를 따며 하늘을 쳐다보는 
칠월은 다시 목이 타는 가뭄과 싸우고 
지루한 장마를 견디고 태풍과 홍수를 이겨내어야 하는 
칠월은 우리들 땀과 노래 속에 흘러가라 
칠월은 싱싱한 열매와 푸르름 속에 살아가라

* 이오덕을 두고 무슨 직함을 붙일까 고민하는 사람을 본다. 나도 그렇다. 그가 평생을 시골 초등학교를 전전하며 아이들을 가르쳤으니 '교사'라고 붙여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부족하다. 동시와 동화로 등단했으니 아동문학가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 50여 권의 책을 출판했으니 저술가라고 할만도 한데, 이것 역시 이오덕을 온전히 설명해 주는 것이 못 된다.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생각해 낸 것이 '교육운동가'다. 그의 활동 전부를 이 교육운동이 수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을 참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진력했다. 그의 시는 시가 아니다. 기존의 기준으로 본다면... . 그러나 시가 인간 내면을 진실하게 표현해서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자세를 가다듬게 하는 기능으로 설명되는 것이라면 이오덕의 시는 여기에 가장 근접해 있다. 7월이 태풍과 함께 문을 열었다. 무더위에도 세상은 돌아가고 대자연 속에서 삶은 꿈틀댄다. 앵두나무, 살구나무, 보리, 푸나무 (1연)-뻐꾸기, 꾀꼬리, 땀 흘리는 사람(2연)-가뭄, 장마, 태풍(3연)은 7월을 아로새기는 소재들이다. 그것들은 7월에 싱싱한 열매와 푸르름 속에 살아 숨쉬는 우리의 이웃들이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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