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도라지 밭에서....

장마철입니다.

비(雨)란 놈은 언제나
제 마음대로 내립니다.
금방 장대같이 마구 퍼 붓다가
잠시 후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말짱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름 소낙비는 
소 등짝을 다툰다"지요.
참으로 묘합니다.
오늘은 똥재너머에도
큰 비가 한줄기 내렸습니다. 
근디요 제가 옛 속담을 실감했습니다. 삼거리에는 소낙비가 새차게 내리는데 도라지 밭에는 햇살이 쨍쨍 비치네요. 매일 지나다니는
울곡 삼거리 농장 앞에
도라지꽃이 어찌나 화사하게
피었던지요. 자연스럽게 차를 세웠습니다. 하얀색~ 보라색~
색깔이 참 곱습니다. 꽃들은 다투지도 않는지 사이좋게 피어 있네요.

도라지꽃의 전설에는 타국에 간 오빠를 기다리다 지쳐서 죽은 처자의 묘지 옆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하데요.

그래서 그런지 꽃 몽우리가 터지면 서러움의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습니다.

아니라구요? 
다른 뜻이 있다구요?
옛 추억을 못 잊는 그리움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 같다구요?
아무려나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 옆집 김 영감님은 대문 앞에다 도라지를 심어놨더만요. 혹시나 옛날에 헤어진 옆집 순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심었을까요?

그리움이란 것이 무엇이간데....쩝
50대를 지나면서 생활에 찌들고 현실에 안주를 하다 보니 감성도 메말라 가는지 도라지꽃을 봐도 
별 감흥을 못 느낍니다만, 사춘기 시절에는 꽃을 보면 어줍잖게 몇자 끄적거려 보던 그런 시절도 있었답니다.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
기억도 희미합니다만 국어책에서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를 배웠지요. 아마도 요런 구절이 나올낍니다.

소녀는
"너, 저 산 너머에 가본 일 있니?"
하며 산 너머에 가보자고 한다.
소녀와 소년은 산으로 달려가 
많은 꽃을 꺾는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 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ㅡㅡㅡ중략 ㅡㅡㅡ

제 성격이 유별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춘기 시절 국어책에서 읽었던 황순원의 '소나기'는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물론 그 세세한 내용이야 잊었지만.... 그 느낌만은 뚜렷이 생각이 납니다. 뭐랄까요 지워지지 않는 첫 사랑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누가 나에게 최고의 단편소설을 꼽으라면 주저 할 것도 없이 
<소나기>를 꼽습니다.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빠졌습니다. 밭고랑을 사이에 
두고도 다툰다는 장마철 소나기는
지나갔고 화사한 도라지꽃밭에서 사진 찍다가 벌한테 한 방 쏘이고 
냅다 도망치는 꼴이라니....
저도 참말로 웃기는 사람입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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