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는 혈연지연으로 인간관계가 이루어져 있다. 가치관이나 정체성조차 혈연이나 지연으로 결정된다. 혈연지연 사회의 장점도 많이 있다. 하지만 정작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합리적인 비판적 사고는 그래서 또다시 '비판' 받는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단점을 보고도 못 본 체한다면 결국 사회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어느 사회학자에 의하면 "공적인 일에 분노하지 못하는 사회는 후진국을 벗어날 수 없으며, 결국에는 후손에게 행복이란 단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사회로 전락한다"고 경고했다.

20여 일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지난 기사를 다시 한번 더 싣기로 했다. 

다음은 2017년 4월 14일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기사내용 전문이다.

인간의 눈은 얼마나 정확할까? 내가 본 것은 100% 정확한 것일까? 지각과 감각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에 의하면 ‘인간의 눈은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각각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이 증명하고 있다. 뜻밖에도 대한민국에서는 실제 장면에서 이런 현상을 직접 체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최근 jTBC가 방송한 태블릿 PC의 조작과 진위에 대해서 다시 논쟁이 되고 있다. jTBC 방송에 의하면 태블릿 PC가 최순실이 직접 사용한 증거는 명백하다. 박근혜 정부의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의 증언, 최순실 측근이었던 노승일 씨의 청문회 증언, 최순실이 독일과 제주도 여행할 때 태블릿 PC에 기록된 GPS 기록이 최순실의 동선과 일치하는 증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증거가 있음에도 왜 믿지 않는 것일까?

Capture, https://www.google.co.kr

<보이지 않는 고릴라-The Invisible Gorilla>라는 책과 같은 내용의 YouTube(The Monkey Business Illusion) 동영상이 있다. 이들 자료를 보면 인간은 눈앞에 보이는 분명한 사실이라 해도 그것을 왜 못 보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실험은 이렇다.

Captuer, YouTube 6명이 2개의 공을 서로에게 패스하고 있다

무대에 6명의 학생이 공을 주고받는 동영상을 대학생들에게 1분 정도 보여준다. 3명은 흰색 셔츠를, 나머지 3명은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다. 6명이 무대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면서 공 2개를 패스하는 동영상이다.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동영상을 보고 6명 중 흰색 셔츠를 입은 학생 3명이 공을 몇 번 패스하는지 숫자를 세는 게 문제다. 횟수를 헤아리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은 집중해서 패스 횟수를 센다.

Captuer, YouTube 무대 중앙에 고릴라가 보인다

실험의 실제 관심은 패스 횟수가 아니다. 동영상에는 3가지 문제가 숨어 있다. 첫째는 킹콩(킹콩으로 변장한 대학생)이 3초 정도 무대에 등장한다. 특히 무대 중앙에서 두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장면이 나온다. 두 번째는 검정 셔츠를 입은 학생이 무대 오른쪽으로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무대의 커턴 색이 서서히 바뀐다.

Captuer, YouTube 6명에서 한 명이 빠진 5명, 커텐 색이 바뀌었다

무대에 등장하는 킹콩, 처음 6명에서 한 명 빠진 5명 그리고 화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커턴 색의 변화는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을 모두 알아차린 실험 참가자는 16%밖에 안 된다. 대부분은 공을 몇 번 패스하는지 그 횟수에 집중한 나머지 특별한 현상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인간이 가지는 일반적 착시 현상이나 오류이다. 하지만 일상의 삶에서 이런 일이 지나치게 자주 일어난다면 문제가 된다. 더구나 이런 현상을 의도적으로 악용한다든지 또는 정치 지도자가 이런 오류에 빠져서 대중을 선동한다면 국민을 혼란하게 만든다. 최순실 태블릿 PC의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동영상 속의 고릴라를 보고도 못 봤다고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런 패턴은 한국 정치에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세력의 지배를 받는다”고 했다.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일반적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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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전 국민을 속인 대표적인 한 예를 보자. 5공화국 시절, 북한이 건설하는 ‘금강산 땜’의 물을 일시에 방류하면 서울이 물바다가 된다고 하여 대한민국은 ‘평화의 땜’을 건설했다. 이 사실을 모든 언론사가 집중보도했고, TV 방송에서는 실감 나는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여 서울시청과 국회의사당이 물에 잠긴다고 방송했다. 이 방송에는 훌륭하신 서울대학 교수까지 출연하여 친절하게 설명했었다. 이 말에 속아서 초등학교 학생까지 돼지저금통을 털어 땜 건설 성금으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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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강산 땜’에 의한 홍수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63빌딩 높이만큼 서울이 물바다가 되려면 그 많은 물을 가지고 있는 북한은 어떻게 될까? 서울이 물바다가 되기 전에 평양이 먼저 물바다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서울이 얼마나 넓은 도시이고 63빌딩에서 인천 앞바다까지는 그렇게 멀지도 않기 때문이 물이 빨리 흘러갈 수 있다는 상식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도 국민은 속았다. 안보라는 이슈를 들고 나오면 모든 것이 그 속에 함몰된다는 것을 부도덕한 정치권은 이미 알고 이를 악용했다.

정치인이 각성하길 국민은 간절히 바란다. 잘못된 관행은 바꿔야 하고, 불법은 처벌해야 한다. 자기편의 잘못을 감싸서는 더더욱 안 된다. 앞에 설명한 동영상 속 고릴라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 동영상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가!

나라가 나라다우려면 국민이 깨어 있어 바르게 바로 봐야 한다. 그래야 안보가 튼튼한 대한민국이 된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불공정이 판을 치는 나라, 정치인들의 막말로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나라는 안보도 부패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말이 생각난다.

김성현 편집인  nikeship@hanmail.net

김성현 편집인  nikes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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