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51) - 지지단체 줄 세우기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선거운동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기적 선거운동과 이타적 선거운동이 그것이다. 말장난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여기서 이기적 선거운동은 사즉생(死即生)의 각오로 임하는 극한 대결을 자초하는 선거운동을 말한다.

또 이타적 선거운동은 상생(win-win)에 초점을 맞추어 하는 선거운동을 뜻한다. ‘이타(利他)’는 다른 사람을 위한다기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선거운동, 이상적 아니겠는가.

자신이 최적임자요 자기의 당선만이 절대 선(善)이라고 대부분의 후보들은 생각한다. 다른 후보에게 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선(善)이 악(惡)에 지는 것이다. 유권자를 이런 기준으로 바라본다.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 무지몽매(無知蒙昧)하게 보인다.

우리 지역 선거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 어떤 단체가 자신을 지지했다며 그들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다. 승리를 확신하듯 주먹을 불끈 쥐고 '화이팅!'을 외치는 장면도 빠지지 않는다. 서로 경쟁하듯 사진이 쌓여간다.

우스운 것은 두 후보에게 같은 단체가 동시에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 인사 차 선거사무실 방문한 것을 두고 두 후보가 그들이 자신을 지지했다고 선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지단체가 많으니 당선에 근접했다는 것을 알리려는 심리이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구태 정치에서도 이 방법은 많이 사용되었다. 각종 선거에서 줄 세우기가 유행처럼 성행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결과는 지지단체의 다과(多寡)와는 별 관계없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것을 심리학에서 ‘더 약한 자와 동일시’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약자 동정의 마음이 있다. 강자와 약자가 싸울 때 약자 편을 들어주고 싶은 심리 말이다. 저 사람은 지지 단체가 줄을 잇고 있으니 상대방을 밀어주어야지... .

투표에서는 이 점이 더욱 강력하게 발동된다. 비밀투표로 인해서다. 내가 행사하는 표의 성향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자유롭게 기표할 수 있다. 이것이 자유투표다. 기권을 포함하여 뜻의 외연은 더 확장되지만... .

따라서 선거의 베테랑은 이런 방식은 취하지 않는다. 정책을 개발하고 그것을 소개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개발된 정책을 홍보하는데 더 힘을 쏟는다. 시민들이 정녕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를 연구한다.

이런 점도 있다. 실체가 불분명한 지지단체는 운위할 것도 없지만 실체가 있는 단체의 지지도 '얼씨구나 좋다' 식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다.

표를 줄 테니 무엇을 달라는 것이다. 이익집단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데, 지지해 준다고 오는 단체 좋아하다가 자칫 발목 잡힐 수가 있다. 따라서 지혜로운 후보는 지지한다고 오는 단체들과 환호작약(歡呼雀躍)하며 사진 찍기를 즐겨 하지 않는다.

지지단체와 사진 찍기의 더 큰 해악은 다른 데 있다. 하나 되어 움직여야 할 지역사회가 피아(彼我)로 양분된다는 것이다.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전쟁 뒤에 겪는 후유증과 같이 깊은 감정의 골을 파 놓게 된다.

초등학교 때의 반장 선거의 앙금도 오래 가는 경험을 갖고 있다. 하물며 각급 공직선거는 더 말할 나위 없다. 후보들은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지역 발전의 동력은 하나 됨, 단결에서 나온다는 것은 원론에 속하는 말이다.

후보들의 선거 공약 중에 지역의 발전이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치를 추구하고 단결을 도모해야 할 일이지 균열에 보조를 맞춰서는 안 된다. 방문하는 단체 사람들도 어느 한 쪽을 지지할 때 신중해야 한다. 전 회원들에게 총의를 구해야 한다.

임원 몇 사람이 은밀하게 결정해서 전 회원의 의사인 양 행동한다면 또 다른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 경쟁적으로 지지단체와 사진을 찍고 그것을 홍보하는 것보다 지역의 단결에 눈을 돌리는 것이 훨씬 낫다. 지역 발전을 부정하지 않는 후보라면 더욱 그러하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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