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현대아파트 뒷길에서....

(가명)김말순 여사님!
문병을 갔답니다. 김 여사님은 몇 년 전만 해도 동네 부녀회장으로 날리시던 분이였지요. 
워낙 적극적인 성격이시라 
지금도 노인회 총무를 맡아서 열심히 활동하고 사십니다.

그런데 김말순 여사께서는 입에 달고 사는 말씀이 하나 있답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나가 말이오 18살에 우리 영감한테 시집 올 때 까정...쌀 
서말(三斗)을 못 먹었소 어찌나 집이 가난했던지 보리밥 수수밥 조밥 옥수수밥은 참말로 신물이 나도록 먹었구만요"
 
"우리 오매가 아랫동네 사는 박ㅇㅇ한테 시집가마 쌀밥은 실컷 묵는다케서 왔디만  하이고...
처녀때나 똑 같데요 내사마 지금도
보리밥이라카마 질린다 안카요"

그래서 그런지 김말순 여사님은
쌀밥을 무척이나 좋아 하십니다.
그것도 소고기국에다 하얀 쌀밥을 말아서 후루룩 드시는 것을 좋아 하시지요.

근데 이를 어쩝니까?
그 놈의 쌀 서말도 못 먹고 시집을 오셨다는 김말순 여사님이 그만 당뇨가 심해서 입원을 했으니.... 
쌀밥도 못 드시고 큰일이네요

의사선상님이 김말순 여사님께 잡곡밥을 꾸준히 드시라고 했다지 않습니까. 
당뇨에는 보리밥이 좋다면서....

현대아파트 뒷길은 아시지요?
저는 병원에 갈일이 생기면 뒷길로 다닙니다. 며칠 전에 지나갔더니 이팝나무꽃이 활짝 피었더만요.

해마다 5월 중순이면 활짝 피는데 올해도 예년보다 더 빨리 핀 것 같습니다. 꽃들이 어찌나 하얗게 예쁘던지 볼만합니다.

이팝나무가 궁금해서 검색을 했더니 이팝나무의 이름은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핀다고
입하목(立夏木)으로 부르다가 이팝나무로 변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나무의 하얀 꽃송이가 이밥(쌀밥)을 연상시켜서 이밥나무가 되었다가 이팝나무로 변했다는 설명도 있구요. 

쌀밥타령을 할라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만, 6~70년대만 해도 이팝나무꽃이 만개하는 5월에는 먹을 것이 엄청나게 부족했답니다.   "보릿고개"라고도 불렸지요

구전으로 전해오는 제 이웃집의 이야기를 하나 적어 보겠습니다.
일제시대 때의 일입니다.
그 해에는 가뭄도 심했고 일본 놈들의 수탈도 어찌나 극심했던지 아이를 낳은 산모까지 먹을 것이 없었다네요. 산모가 음식을 못 먹으니 당연히 젖이 안나왔겠지요. 

마침내 이웃집의 갓난아기도 엄마 품에서 빈 젖만 쪽쪽 빨다가 굶어 죽었다네요. 아기의 부모는 죽은 아기를 야산에 묻고는 그 앞에다 이팝나무를 한그루 심었다고 합니다.

살아서 입으로 먹지 못한 쌀밥을 
죽어서 눈으로라도 실컷 먹으라는 뜻이었겠지요 뭐....

그랬답니다. 
이팝나무는 쌀밥에 한이 맺힌 우리네 조상들이 눈으로라도 실컷 배불리 먹어 보자는 심정의
"밥"이 연상되는 나무랍니다

친구님들....
인간에게 "밥"이란 무엇일까요?
그저께인가 구미에서도 
20대 남자와 갓난아기가 
굶어서 죽었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시청에서도 전혀 몰랐다니....쩝

그래서 저는 오늘도
밥값을 벌려고 열심히 일을 합니다.
"밥"은 인간의 생명입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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