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똥재의 야생화ㅡ땅비싸리꽃

먼저 "풀"이라는 
시 한편 감상하실까요?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  ***  ***  ***

 저는 가끔 김수영시인의
"풀"이라는 시를 읽고 있으면 
묘한 전율이 느껴집니다.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풀"을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일어서는 민중의 상징으로도 해석을 하고, 또 다른 평론가는 삶의 여러 움직임을 보여주는 상징성으로 해석을 하더만요.

우째거나 그분은 오래전에 돌아 가셨으니 물어 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근데 말입니다 
실제로 산에 올라보면 
뿌리가 깊은 큰 나무는 바람에 
쉽게 쓰러지지만 풀은 바람이 불면 잠시 누웠다가 일어나기는 하데요

그리구요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김수영님은 진짜 시인처럼 보입니다. ㅎ물론 시인이라고 
다 깡말랐다는 뜻은 아닙니다.

 "땅비싸리꽃"이 참 예쁘지요?
똥재 언덕배기 어느 곳을 가더라도
땅비싸리가 보입니다. 그리고는 
늘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지요.

지나가는 나무꾼의 발에 밟히기도 하고, 나 같은 얼치기 등산객의
지팡이에 눌리기도 하지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일어나 점점 짙어가는 
연두색 이파리 밑에다 진분홍색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는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똥재의 봄을 빛내기도 합니다.

"땅"자가 붙은 것들 치고 키가 큰놈을 못봤습니다 이 꽃도  
당연히 작겠지요 악성종양에 효과가 있다는데, 글쎄올시다. 
먹는 방법을 전혀 모릅니다.

아직도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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