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똥재 너머 김 영감님 댁에 
모란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먼저 제가 좋아하는 시를 한편 
옮겨 보겠습니다. 다 아실 테지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  ***  ***  ***  ***  ***

 워낙 유명한 시라서 
달리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은 
말씀을 하셨지요. "서정시의 진수"라고....본명이 김윤식이라는 
말씀도 꼭 덧붙이더만요.

사실 말이지만 
그때는 시험문제가 중요해서 느낌 같은 것은 잘 모르구요. 
요점을 외우기에만 급급했습니다.

햇살이 고운 날에 김 영감 댁을  지나가다 모란꽃을 만났습니다.
양지쪽이고 햇살이 따뜻한지 할머니가 툇마루에 앉아 계시네요.

"할매요.... 이기 모란꽃이지요.?"
"글씨유 목단이라 카던데..!"
"할매요 목단하고 모란은 같은 이름이라고 하던데요"

할머니가 한마디 더 보탰습니다.
"부귀화(富貴花)라나 뭐라나....
심어 놓으마   부자된다케서 심었디만 부자는 무신 놈의 부자"
"할매요.... 그래도 아드님이    동장님 아입니꺼 부자 맞십니다"

****  ****  ****  ****  ****
모란꽃은 향기가 없을까요?
근데 은은한 향기가 있답니다. 
모란꽃 입장에서는 억울하지요. 이것이 다 일연스님 때문입니다.

주워들은 풍월에 의하면
삼국유사에서 언급이 되었다나요.

신라시대 때 벌과 나비가 없는 그림을 당 태종이 보냈다네요?
그 모란 그림을 덕만공주(후에 선덕여왕)가 보고는 향기가 없을 것이라는 소리를 했답니다.
뭐 일연스님이 선덕여왕의 영특함을 강조하려고 꾸며낸
이야기가 아닐까요?

모란꽃은 그날 이후로 지금껏 향기가 없는 꽃으로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살았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김영랑시인 말씀마따나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서 울었을 테지요

근데요. 
중국에서는 모란꽃이 나오는 그림을 엄청 귀하게 여기는데  모란꽃만 있다면 "부귀하라"는 의미이고, 모란과 나비를 같이 그렸다면 "80살까지 장수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제 모란꽃이 지려고 합니다.
찬란한 봄도 곧 끝날 테지요?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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