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선거를 각본 없는 연극이라고 했던가. 그렇다. 그래서 보는 이들이 재미있어 한다. 정말 우리 지역 선거 구도가 이렇게 흐를 줄 몰랐다. 정당의 매끄럽지 못한 경선 과정과 결과에 기인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자유한국당의 독무대처럼 보였다. 이철우 의원이 무사히 도지사 경선을 통과하면 송언석 당협위원장이 국회의원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많았다. 허나 변수가 생겼다. 김청시장 예비후보 최대원이 여의도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최대원의 처신을 보고 정치 도의 운운 하며 비난할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엄연한 현실이다. 선거도 그것에 따라 요동치게 마련이다. 정치를 아메바와 같다고 하는데 그것은 막히면 어떤 식으로든 뚫고 나가는 습성 때문이다. 

최대원은 김천시장의 길이 막히니까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뚫고 나가려 한다. 이런 정치의 속성을 안다면 그의 처신을 욕할 수만은 없다. 당사자들이 들으면 서운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는 동네에 정치도 포함된다.

어쨌든 재미있게 되었다. 일방적 선거는 아무래도 관심이 덜 간다. 보나마나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이철우 의원 입장에서는 경선 전 국회의원 사퇴 철회, 송언석 당협위원장 지명, 도지사 후보 확정 등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그의 구도대로 흘러갔다.

엉뚱한 데서 제동이 걸렸다. 최대원 후보가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지역 선거판이 출렁대기 시작했다. 당장 김천시장도 쉽지 않게 되었다. 무소속 김충섭 후보의 예상 밖 선전으로 자유한국당 김응규 후보가 버거운 싸움을 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원 후보가 지지자들과 함께 자유한국당을 이탈했다. 김응규 후보에게는 큰 타격이고 김충섭 후보에겐 천군만마(千軍萬馬)다. 무소속 연대라는 이름으로 최대원-김충섭이 손이라도 잡는다면 그 폭발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예측불허다.

시장 선거보다 더 복잡한 구도가 돼 버린 것이 국회의원 보궐선거다. 선거운동 초창기엔 송언석의 독무대란 말이 나왔다.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이 없지 않았지만 송언석 후보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었다. 최대원의 보궐선거 출마로 상황이 급변했다.

최 후보의 출마가 찻잔 속의 태풍 이상의 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다. 시장을 향해 10년 다진 조직이 있고 자금도 넉넉하다. 처음에는 억하심정(抑何心情)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정치 신인 송언석과 비교할 때 내 세울 것이 적지 않다.

선거에 있어서의 조직과 자금은 전쟁에 있어서의 기관총-실탄의 관계와도 같다. 송언석이 이철우 조직을 물려받았다고 하지만 사람이 바뀌면 누수가 있기 마련이다. 자유한국당 텃밭이라고 해도 한 솥 밥을 먹던 이탈 후보를 경계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임인배 전 의원도 보궐선거 출마 차비를 차리고 있다고 한다. 그가 어느 당 말(馬)을 타고 나올지 궁금하다. 굳이 정당 공천을 받아 나온다면 바른미래당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임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바랄 수도 있지만 걸어 온 길의 편차가 너무 크다.

이렇게 볼 때 임 전 의원의 선택지는 바른미래당 아니면 무소속인데, 최대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탓에 임 전의원은 바른미래당 말을 타고 달릴 가능성이 많다. 3선 국회의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구 정치인에 속하지만 보수를 자처하는 지역 풍토 상 한 번 뛰어 볼 여지는 충분하다.

여기서 더불어민주당을 주목하게 된다. TK 지역을 그들은 사지(死地)라고 부른다. 살아 돌아올 수 없는 땅이란 뜻이다. 지금 경북 지역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만큼 좋은 기회도 없다.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

송언석, 최대원, 임인배 이 세 사람은 보수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보수 표를 나눠가지게 된다. 젊은이 등 개혁 성향의 표를 잘만 거두어들인다면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중앙에서 후보를 물색해 전략공천을 할 필요가 있다.

혁신도시가 들어서 있는 율곡동은 개혁 지향의 표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이다. 지난 대선 때 이곳에서 문재인이 홍준표를 앞섰다고 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이전, 젊은 층이 선호하는 주거 지역이다. 변화의 표심을 가늠할 수 있다. 인구도 김천 전체의 15%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을 잘 하고 중앙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면 호각지세(互角之勢)의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김천지역위원회를 보면 선거를 치르려는 건지 의아할 정도로 움직임이 없다. 변화의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보기에 딱하다.

세상사가 다 그렇지만 선거는 더 하다. 결과가 뻔히 보이다가도 돌출 변수로 인해 뒤집히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다. 이번 우리지역 선거도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일기예보의 표현을 빌린다면 날씨 '쾌청'에서 아주 '흐림'으로 변했다고 하겠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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