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오늘(5월 1일)은 노동절이다. 세계 공통으로 지키는 날이다. 영어로는 ‘메이데이’(May day)라고 한다.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인 노동자들을 위하고 고마워하며 생각하는 날이다.

선거철이다. 출마 예정자들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기념일에는 그 날을 기리는 말들을 민첩하게 쏟아낸다. 민(民)보다 관(官)이 주도하는 행사를 추종하고 있는 것 같다.

천안함 46 영령들을 추모합니다(3월 26일, 천안함 8주기일), 4.19의거의 정신을 받들겠습니다(4.19혁명 58주년), 이충무공의 정신으로 애국하겠습니다(4월 28일, 이충무공 탄생일) 등.

오늘 한 후보가 이런 글을 SNS에 올렸다.

"오늘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입니다. 쉬지도 못하고 수당도 못 받는 근로자 여러분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희망합니다."

노동자들을 생각하는 말 같지만 출발부터 틀렸다. '근로자'라는 호칭 때문이다. 노동자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그게 그것 아닌가 하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엄연히 다르다.

따지고 보면 책임을 모두 그 출마 예정자에게 돌릴 수도 없다. 법부터 고쳐야 한다. 법은 이렇게 되어 있다.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 이 날을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有給休日)로 한다”(법률 제13901호)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노동자'라는 단어에서 계급성을 배제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 때 '노동자'는 통치하는 자들에게 일종의 기피 단어였다.

노동자 대신 그들이 즐겨 쓴 단어가 '근로자'였다. 한자로 표기하면 '勤勞者(근로자)'다. 근면한 노동자, 부지런한 노동자의 뜻일 것이다. 통치 논리에 순종하며 자기 일만 하면 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지배하는 입장의 바람이 담겨 있는 단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북한의 노동당 정치이론 잡지 이름이 '근로자'다. '노동'과 ‘근로’를 병용하고 있다. 통치논리가 배어있음은 물론이다.

노동은 토지, 자본과 함께 생산의 3요소이다. 노동의 상대적 중요성이 점증하고 있다. 최근 신성장론자들은 기존의 생산 요소를 대신해 재료, 사람, 아이디어를 생산의 3요소로 들고 있다. 여기서 사람은 노동자의 대체어로 봐도 좋다.

5월 1일 노동절 대신에 날짜를 바꾸어 근로자의 날을 정해 지킨 적이 있었다. 관제 노동절인 셈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한 때,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지켰었다. 대한노총 창립 기념일에 맞추어 정한 것이다.

일부 의식 있고 조직된 노동자들은 3월 10일 근로자의 날을 거부하고 5월 1일 노동절을 지키려고 모였다. 그럴 때마다 불법 집회라며 최루탄을 쏘아댔다. 올 노동절은 평화적인 집회로 막을 내렸다.

통일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다. 남북통일에도 노동자들의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모든 사람들이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동 조건 개선에 힘을 모으면 좋겠다. 이것이 노동절의 의미이기도 하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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