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침 출근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휴대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아파트 이곳저곳을 찍었습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영산홍이 지천으로 깔렸더군요.

아파트의 화단을 만들 때는 무슨 공식이라도 있는 것인지 어느 아파트를 가 봐도 영산홍은 반드시 심겨져 있더라구요. 키가 작아서 화단에 어울리기는 합니다.

나하고는 동갑인 59년생이고 평소에 자주 읽어보는 농부시인 고재종의 시도 한편 옮겨 볼까요 


          꽃의 권력
                              /고재종

꽃을 꽃이라고 가만 불러 보면
눈앞에 이는
홍색 자색 연분홍 물결

꽃이 꽃이라서 가만 코에 대 보면
물큰, 향기는 알 수도 없이 해독된다

꽃 속에 번개가 있고
번개는 영영
찰나의 황홀을 각인하는데

꽃 핀 처녀들의 얼굴에서
오만 가지의 꽃들을 읽는 나의 난봉은

벌 나비가 먼저 알고
담 너머 대붕(大鵬)도 다 아는 일이어서

나는 이미 난 길들의 지도를 버리고
하릴없는 꽃길에서는
꽃의 권력을 따른다 
***  ***  ***  ***  ***  ***  ***

사진은 제가 사는 김천 혁신도시 이지더원 아파트입니다. 

예쁘게 보이는지요?
지금 영산홍이 아파트 화단을 점령해서는 권력을 행사 중입니다. 

영산홍...!!
들어서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조선시대 폭군이라는 칭호가 늘 따라다니는 연산군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바람에 "연산홍"으로도 불린다지요?

연산군은 제위 11년째인 
1505년에는 후원에다 영산홍을
1만 그루나 심으라고 명을 내렸다고 합니다. 
다음해부터는 전담 관리를 
두어서 영산홍 숫자까지 보고를 하도록 했다네요. 영산홍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로 봐서는 영산홍이
꽃의 권력이라 해도 되겠지요.

이건 또 다른 유의 이야기입니다.

1474년(성종5년)경에 인제 강희안이란 분이 '양화소록'이라는
책에서 꽃을 9품(品)으로 등급을 매겼다고 하네요.
잠시 꽃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1등: 매화, 국화, 연꽃, 소나무
2등: 모란, 작약, 일본철쭉, 파초
3등: 동백, 치자, 종려, 만년송
4등: 소철, 서향화, 화리, 포도
5등: 장미, 해당, 석류, 복숭아
6등: 살구, 백일홍, 두견화, 오동
7등: 목련, 앵두, 배, 정향
8등: 옥잠화, 석죽, 목근, 봉선화
9등: 금잔화, 전추라, 해바라기

이렇게 분류를 했다는데, 제가 잘 모르는 꽃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영산홍은 일본철쭉류에 포함이 될 것 같으니 2등인가요? 
옛날 분들도 풍류가 있었군요

                    (지례면 입구에 있는 영산홍)

머리속에 영산홍을 생각하며
한참을 달렸더니 목적지인
지례에 도착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컷 더 찍었습니다.

영산홍에 관한 싱거운 소리는 이쯤에서 접어야겠습니다.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던가요? 꽃은 그냥 바라보며 즐기면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꽃의 권력도 곧 바뀔 테지요.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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