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데 좀 헤맸다. 네비게이션에 율곡동공원을 치고 갔는데 그곳엔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오는 관계로 집회가 취소된 건가? 아니면 30분 정도 진행하다가 일찍 마친 건 아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냥 돌아오려다가 YMCA 이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도로공사 맞은편이라고 알려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근처에 오니 사드 배치 반대 주장의 목소리들이 스피크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리가 무척 반가웠다.

쉬어야 할 우리의 일요일 밤 시간, 비옷을 입고 또는 우산을 쓰고 이곳에 모이게 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와서 사자후(獅子吼)를 토하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대통령 박근혜,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은 그랬다. 대통령의 제일의 의무는 국민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

허나 박근혜는 부임하고부터 그 반대의 길을 걸었다. 갈등과 분쟁을 몰고 다녔다. 문창극 사건, 세월호 침몰, 메르스 사태, 국정 교과서 파동,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에 이르기까지 계속 갈등의 중심에 섰다. 전형적인 트러블 메이커!

그가 김천시민들을 율곡동공원에 모이게 만든 것이다. 울분을 토하게 한 것이다. 대통령이 우리를 화나게 한 것이다. 나는 회중 앞에 나가 발언할 기회를 가졌다. 요점만 간단하게 말했다. 우리의 싸움 대상은 성주가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김천시장도 아니라는 것.

우리의 싸움 대상은 정부와 미국이라는 것, 그러니 간단한 싸움이 결코 아니라는 것은 재언을 요치 않는다. 우리 투쟁의 상대인 정부와 싸움의 목표가 같을 수는 없다.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정부의 입장이 한반도 사드 배치이고 장소는 어딘들 좋다는 식인데, 우리도 덩달아 거기에 따라 가서는 싸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를 분명히 외쳐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가 원하는 싸움을 해서도 안 된다. 이런 방법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싸움에 끌려가는 것이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싸움을 해야 한다. 이것은 전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데, 강온을 유효적절하게 배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정부를 상대해 싸우기 위해서는 우리의 화력을 최대한 모아야 한다. 친소관계(親疎關係)에 얽매어 사람을 변별(辨別)하려는 징조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은 싸워보지도 않고 백기를 들겠다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흉내 내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승리를 목표로 싸우겠다면 전투 역량을 보다 강화 집중해야 한다.

율곡동의 역동적인 힘은 우리의 희망이다. 14만 김천 인구 중 1천4백 명만이라도 괜찮다. 이들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가는 사람들이다. 토인비는 그의 책 <역사의 연구>에서 이들을 '창조적 소수'라고 했고, 기독교에서는 '남은 자'(Remnant) 사상으로 이것을 설명한다.

주어진 조건이 관(官)은 미적대고 민(民)은 발 빠르게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 사드 반대 투쟁은 그러나 끝까지 민과 관이 함께 가야 한다. 사드 문제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은 지금이 진정 주민을 생각하고 섬길 때임을 잊지 말고 함께 해 주기를 바란다.

김천iTV  gcnews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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