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4월 20일,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어느 시인은 읊었다. 그렇다. 우리의 현대사를 봐도 그의 시는 적중했다. 4.16 세월호 침몰, 4.19 혁명... . 장애인의 날이 어떻게 4월 하순이 시작되는 첫 날(20일)로 되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장애인의 날을 전후하여 전국적으로 장애인 위로 잔치가 열릴 것이다. 좋다. 없는 것보다 낫다고 하자. 그러나 보다 깊이 생각해 볼 것들이 있다. 장애인들은 이 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한 단체에서 SNS에 올린 글이 마음을 찌른다. 이런 내용이다.

"4월 20 일은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입니다. / 365일 중 단 하루 선물과 꽃을 받기보다 365일 온전한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우리의 경제 수준도 꽤 높아졌다. 그러나 장애인들을 보는 시선은 아직도 차갑다. 말은 쉽다. 장애인들과 함께 하겠다! 이해관계에 결부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선다. 이것이 우리의 의식 수준이다. 의식이 경제를 따라가지 못한다고나 할까.

아파트 단지에 차상위 계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 동네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결사반대한다. 이유도 단순하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 성장하는 아이들 정서에 좋지 않다. 내 재산, 내 아이만 생각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다.

약자를 사랑하는 마음은 본능에 가깝다. 동서고금의 역사법칙이 증명하고 있다. 종교에서 강조하는 주안점이기도 하다. 약자 사랑을 빼면 가치 있는 삶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이것은 문학의 주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읽은 소설을 한 번 반추해 보라.

얼마 전 서울 강서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강서구에 장애인학교를 세우는 문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한쪽에서 결사반대했다. 장애 아동 부모들은 무릎을 꿇고 이해를 구했다. 지역에 학교가 없어 2시간 거리에 있는 다른 지역 장애인 학교에 보내는 고충을 말했다.

약자와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의식의 전환 없이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지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장애인 법정 고용을 지키지 않고 있는 관공서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의무 고용 해당 기업도 과태료로 대신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사고이다. 장애인 의무 고용을 법으로 만든 취지는 장애인들과 함께 일함으로써 조화롭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데 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모를까 장애인 고용을 과태료로 때우는 것은 법을 악용하는 것밖에 안 된다.

책 한 권을 막 완독했다. <賀川豊彦(가가와 도요히코) 평전>이다. 일본인이어서 처음엔 손에 잡기 거북했다. 그러나 그의 약자 사랑에 마음의 울림이 컸다. 일본 고베시(神戶市) 신가와(新川) 빈민촌에 들어가 헌신한 가가와에게서 느낀 바가 적지 않다.

모 재벌가의 갑질 논란이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저들이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잠깐만 가졌어도... . 과연 저런 갑질을 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익을 준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장애인 차별의 벽들이 사방에 켜켜이 둘러쳐져 있다. 이것을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것이 장애인들의 바람이다. 장애인의 날, 단 하루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날, 그날을 간절히 기대한다.

발행인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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