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선방위의 궤도 이탈

이명재(본 신문 발해인, Ph. D)

21세기 대명천지에 독재의 서슬이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언론이 타깃이다. 언론만 장악하면 국민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쓸 것 없다는 기세다.

조중동 등 소위 메이저급 신문이야 극우 편향으로 검찰 독재의 나팔수로 역할을 착실히 해 왔다. 방송도 조폭 언론인들을 수장으로 보내 지금 아수라장을 만들고 있다.

국민을 의식하고 또 시청자와 애청자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기색은 눈곱만큼도 없다. 뭐하던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류희림 등 방송과는 별무관계인 사람들이 난장판을 주도하고 있다.

류가 위원장으로 있는 방통위에서는 정부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방송엔 제재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 언어도단(言語道斷)도 이런 언어도단이 없다.

그 산하에 선거 때만 발동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있다. 그것도 방통위와 동색이다. 류희림과 같은 유(類)인 백선기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선방위는 위원 구성 자체가 일방적이다.

객관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기에 맞은 인사가 위원이 되어야 함에도 지금은 극우 편향 일색이다. 그러니 심의가 일사천리(一瀉千里)다. 거리낄 게 없다.

그들만의 셀프 잔치(?)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선거와 아무 관련이 없는 방송까지 칼질을 해 대고 있으니 도대체 뒷 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 걸까.

김건희 특검법을 다루면서 '여사'라는 존칭을 붙이지 않았다고 징계, 류희림 민원사주를 비판적으로 다뤘다고 징계, 윤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고 주의 의결...

이런 것들이 선거와 무슨 연관이 있다고 선방위에서 다루는 것인지부터 의아하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선방위의 제재가 특정 방송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12월 방심위 출범 이후 의결된 18건 중 11건(61%)이 MBC에 대한 징계다. 대부분의 방송국을 손아귀에 넣었는데, 유독 MBC만이 별나게 군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코메디보다 더 웃기는 것은 날씨예보 시간에 미세 먼지 최저값을 강조하면서 '1'이라는 숫자를 부각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기호 1번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관계자 징계를 결정할 정도다.

궤도를 이탈해도 한참 이탈했다. 선방위의 이런 제재에 방송사들이 위축되지 않을 수 없는 게 또 현실이다. 무당의 칼춤도 춤은 춤이라고 그들은 생각할 테니까.

이런 선방위의 칼춤 영향이 분명하다. 7일 방영 예정이었던 MBC 간판 예능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이 결방되었다. 조국혁신당 9번을 연상시킨다며 선방위가 제재를 가하지 않을까 지레 염려해서다.

날씨예보 미세먼지 농도 ‘1’을 문제 삼는 방심위라면 MBC의 우려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복면가왕' 프로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시청자들은 도대체 뭔가.

시청자를 무시한 판단이고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도외시하고 정권을 두려워하는 방송, 독재국가 방송의 대표적 특징 아닌가. 그래서 나팔수로 전락하는 것!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해서 국민들이 찬미하게 만드는 것, 여기에 언론 특히 방송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가 바로 방송 장악 유혹의 출발점이다.

독재의 서슬이 스멀댄다고 했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갖고 정권 마음대로 하는 것. 권력 기관을 장악하고 언론까지 손에 넣으면 거리낄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 이런 교과서적 사실을 이 정권이 모르는 것 같다. 사람은 21세기에 발 붙이고 사는데, 하는 짓과 생각은 19세기 말에 머물러 있는 듯하니 이게 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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