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투표를 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전 투표는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다기에 일 보고 인근 대신동 사전 투표소를 들렸습니다. 몹시 번잡하더군요. 자동차가 얽히고 섥혀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다른 곳으로 갈 요량으로 차를 뺐습니다.
1.5 km쯤 떨어진 대곡동 사전 투표소로 갔습니다. 오후 2시 30분인데 투표하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군요. 전례 없는 일입니다. 본 투표 당일에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곳도 주차 공간이 꽉 차 있었습니다. 주택가 골목 빈 공간에 차를 대고 와서 투표하려다가 생각을 접었습니다.
걷는 것도 불편하고 또 귀찮기도 해 결국 그곳을 빠져나오고 말았습니다. 내가 적(籍)을 두고 있는 봉산면 사전 투표소를 갈 계획을 갖고 말입니다. '사전 투표소'하면 읍‧면‧동 사무소를 떠올리게 됩니다. 읍‧면‧동 '사무소'를 지금은 ‘행정복지센터’로 이름을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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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봉산면 투표소로 갈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아무래도 '면' 소재지이니까 좀 한가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봉산면 행정복지센터는 의외로 조용했습니다. 습관적으로 봉계초등학교로 갔습니다. 예전에는 학교 강당을 투표소로 많이 이용했거든요. 그런데 더 조용한 게 이상했습니다.
무슨 공사를 하는지, 펜스를 쳐놓은 안에서 망치와 쇠톱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습니다. 사전 투표 장소가 아니란 말이지요. 폰을 꺼내어 밴드를 뒤적였습니다. 봉산면건강센터라고 되어 있더군요. 투표장이 아닌 것같이 한갓졌습니다.
주차를 하고 투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봉산면 주민과 타지역 주민으로 투표소가 이원화되어 있더군요. 아마 본 투표일에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투표 종사자들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 지역은 시의원 보궐 선거를 함께 합니다. 그러니까 국회의원 투표지 1장, 시의원 보궐선거 투표지 1장에다, 비례대표 투표지는 좀 과장해서 길이가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찍을 당을 찾는 데도 시간이 걸릴 정도였으니까요.
투표를 하고 인증샷을 찍으려다가 참았습니다. 왠지 기분이 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습니까. 인증샷 찍는 사람이 많아야 자연스럽게 어울려 순서대로 찍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혼자 찍으려 하니 저어되었습니다.
마치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위축되더군요. 결국 인증샷을 남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귀가하는 길은 빙 돌아서 벚꽃 사이를 헤치고 왔습니다. 아내와 드라이브를 즐긴 격이 됩니다. 감성의 여인인 아내의 청을 들어준 것입니다.
"이럴 때도 있네~" 좋아하는 아내를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투표는 모두 아내와 함께 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도 비슷해서 아내와는 당과 후보 선택도 같았습니다. 잘 따라주고 동행해 준 아내가 고맙지요.
라디오에선 투표 이야기가 계속 흘러 나옵니다. 사전 투표가 30% 넘을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더군요. 역대 최고치를 갱신할 것 같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전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고 낮으면 여당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각 당이 긴장하는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뒤진 여론조사 결과에 자극받아 여당 지지층이 몰렸다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사전 투표는 어제오늘 이틀로 마감되었습니다.
원론적이고 상투적 언사 같지만, 투표는 국민이 갖는 권리입니다. 권리를 100%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지연 학연 혈연 교연(敎緣-같은 종교)에 얽매이지 말고 진짜 국민을 위할 것 같은 후보에게 표 선물을 하시기 바랍니다. 본 투표일은 4월 10일이지요?(이명재 記)
이명재 lmj22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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