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신명섭

오랜만에 탄 비행기. 이전엔 직항은 너무 비싸서 방콕이나 대만. 싱가폴 등을 경유하는 노선을 이용했었다. 당연히 시간도 그만큼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방콕까지 5시간 가서 3-4시간 기다렸다가 또 3시간 정도 더 갔던 것 같다.

이번엔 아시아나 직항으로 갔는데 7시간 만에 공간 이동을 했다. 2시 30분에 출발해서 델리 공항에 현지 시간 6시쯤(한국보다 3.5시간 늦음) 도착했지만 안개가 너무 심해 공중 선회하다가 30분 늦게 착륙했다.

짐을 찾아 나오니 이미 공항 밖은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이전 같으면 공항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에 길을 나섰을 터. 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해져서 숙소 예약을 미리 해두었으므로 프리 패이드 택시(그나마 좀 더 안전함)를 타고 예약한 호텔로 갔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길이 막혀 30분 정도 걸렸는데, 도로가 완전 다르다. 차로 엉킨 도로 곳곳에서 손 내밀며 달려들던 거지떼도 모두 증발하듯 사라지고 없다. 도로 주변도 새로 정비한 듯 말끔해진 모습을 보며 순간 ‘여기가 인도 맞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보리는 구글 맵을 보며 연신 기사에게 길을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다(인도 기사들은 무조건 길을 안다고 한 뒤 탑승하면 길을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꼬불꼬불 골목길을 지나 예약한 숙소 도착.

공항 면세점에서 산 스니커즈 초코바 한 개를 팁으로 주니 얼굴이 환해진다(70개 들어 있는 미니 초코바를 싼 줄 알고 샀는데, 사실은 시중보다 비싸게 샀다는… ㅠㅠ. 그래도 여행 내내 한 개씩 나눠주며 요긴하게 잘 써먹었음).

호텔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려는데 젊은 직원과 영어로 소통이 잘 안됐다. 우리가 예약한 앱을 못 찾는 것 같은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답답한 상황.

조금 후에 좀 멀쑥한 이가 들어오는데 호텔 사장이었다. 그제야 영어로 소통이 되었다. 알아보니 예약이 잘못돼서 이 호텔에는 방이 없고 자기가 운영하는 다른 호텔로 연결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고는 젊은 직원에게 뭐라고 하니 우리 배낭을 양쪽에 메고 길을 나선다.

밤에 어쩔 도리가 없으니 우리도 따라나섰다. 골목골목 그리 넓지 않은 길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청년을 따라, 살짝 긴장한 보리와 그 지인과 함께 둘레둘레 길을 살피며 걷는다. 평소에는 남녀라는 성구분을 별로 하지 않고 사는데 인도에 오니 왠지 이 여자들을 지키고 보호해야만 할 것 같은 기사도 정신이 생긴다.

12년 전만 해도 인도인들이 전부 비리비리 만만해 보였는데, 지금은 완전 아니올시다다. 체격도 다부진 사람들이 많아 이젠 오히려 그들에게 내가 한 주먹거리도 안될 것 같지만, 그래도 남자라고 어깨에 힘을 주고 걷는다(생각해보면 그때도 북인도 사람들은 건장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내 나이가 조금은 젊고 다리를 다치기 전이어서 그리 느꼈었던 듯 하고...).

그렇게 한참을 걸어 찾아간 숙소. 침대가 두 개인 큰 방이었다. 20년 전쯤 잠깐 네팔과 인도 여행을 한 적이 있다는 보리의 지인 이 선생.
첫날부터 혼자 자라고 하면 혹 불안해할까 봐 셋이 묵을 방을 예약했다는 보리.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이제야 한숨 쉬는 도명. 중년을 지나 노년을 향해가는 세 사람의 인도에서의 첫날 여정이 저물어간다.

*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사진도 사라져 버려서 맨 글만 올리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명섭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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