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퇴진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그들의 헛발질 행태는 무지의 소치인지 아니면 오만의 결과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이 둘을 합한 것일 가능성이 많다.

몇 가지 예만 들어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먼저,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진행하고 있는 민생토론회이다. 민생토론회 이름은 붙였지만 선심성 선거운동이다.

선거를 앞두고는 매사를 절제해야 한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굳이 해야 할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라면 선거를 피해서 하는 것이 옳다.

예산 검토도 없이 마구잡이로 하는 약속은 이행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앞뒤 재지도 않고 선심성 약속을 하고 있다. 공약(空約)이 되기 쉽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두 번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다. 채 상병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를 외국 대사로 임명한 것은 권력을 이용해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을 도피시킨 것이다.

이건 우리나라 문제를 넘어 호주와의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호주 정부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곳 언론은 이종섭 대사를 샅샅이 조명하고 있다.

이종섭 대사의 부임에 맞춰 호주 공영방송 ABC는 이 대사 부임 전후 사정을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채 상병 사건 피의자가 도피성 대사로 임명되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신임장도 원본이 아닌 사본을 가지고 갔겠는가. 또 언론을 피해 비행기 출발 2시간 전에 몰래 들어가 있다가 탑승했다고 하니, 꼭 이래야 했을까 안쓰럽기조차 하다.

장관을 지낸 사람은 보통 미․일․중․러 등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의 대사로 가는 게 관례다. 그리고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는 통상적으로 차관을 지낸 사람을 임명한다.

호주와의 관계에서 중요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해도 장관을 지낸 사람이 갈 자리가 아니다. 차관보급 사람이 호주 대사로 주로 임명된 것을 보면 이종섭 대사 지명은 억지 성이 강하다.

대통령실의 패착 중 이런 패착이 없다. 이 건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국힘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아이디어가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있다. 대통령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발언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출입기자들과 하는 식사자리였다고 한다. 군사 독재 때 정보사가 자행한 식칼 테러 사건을 언급하고 MBC는 잘 들어라며 콕 집어 말했다.

정권 말 안 들어면 너희도 식칼 테러당할 수 있다는 어조로 들렸다고 한다.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대통령실 언론 담당 시민사회수석이 이 정도면 대통령은 더 말할 것 없다는 인식이다.

다른 하나는 황상무가 과연 시민사회수석을 맡을 자격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KBS 뉴스 앵커를 지낸 일개 기자가 정권에 잘 보여 수석이 됐지만 감당하기가 결코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격 갖춘 시민사회수석은 막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진영에 갇혀 있던 눈을 나라 전체로 확대시킨다. 소관 기관인 방심위 방통위 일에도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벼락 출세(?)'를 하다 보니 사물과 현상을 이성(理性)에 기초해서 판단할 능력이 없다. 자기감정에 겨워 막가파식 생각을 쉽게 말한다. 그의 머리에서 국민과 국가는 사라진 지 오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자. 의사 파업 사태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대통령실의 대응이 정말 윤석열스럽다. 목표를 정해 놓고 끝까지 가보자는 것, 검찰 특수부의 생리 꼭 그것이다.

의사들이 생명을 볼모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으니 절대 굽히지 않겠다는 것은 오기이다. 개인이 이런 오기를 부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정권이 이래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양보와 타협의 산물 아닌가.

'바이든-날리면' 진위 논란부터 '런 종섭'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실은 진실 게임으로 일관했다. 진실 게임에서 쾌감을 찾을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오해 살 판을 깔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에둘러 얘기했지만 결론은 대통령실의 전면 쇄신이다. 비서실장에서부터 수석 및 경호실장, 비서관과 행정관들까지 확 바꾸어야 한다. 극우의 시멘트 두뇌들을 열린 마인드의 참모로 교체해야 한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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