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어느 날. 보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올 겨울에 인도 가볼까 하는데 어때요?”
“올 겨울이면 언제쯤? 난 12월 말이나 되어야 할텐데…”
“나도 그때쯤 되어야 해요.”
“얼마 동안이나?”
“음~, 2월 초에는 와야 하니까 한 3,40일 쯤?”
“그럼 여행 계획을 짜야겠네. 이번에 가려는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있는 거예요?”
“응. 올해 티벳 불교 공부하면서 티벳어를 좀 배웠는데, 이번에 가서 티벳 사람에게 직접 배워보려구요”
“아~! 그럼 다람살라 쪽으로 가야겠네?”
“일단 델리로 들어간 다음 다람살라로 이동해 3주쯤 공부하고, 남은 기간은 간디의 발자취를 좇아 몇 군데 돌아 다니려구요.”
“음. 우리 둘만 가요?”
“같이 티벳어 공부했던 도반이 함께 가고 싶어 하는데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아요.”
“오케이. 일단 알았고, 예산이나 일정을 생각해봅시다.”

이렇게 8년 만에 다시 찾아가는 인도여행이 시작되었다. 항공편 예약과 비자 발급, 환전, 인도에서의 일정 계획, 가져갈 여행용품 등등…. 세밀한 일들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은 보리가 훨씬 잘하는 분야이므로 난 그저 필요한 정도의 협력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겨울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자, 아무래도 40일 동안 엄동설한에 집을 비우고 가자니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었다.

우선 한 겨울이면 영하 20도 이상 떨어지는 은소인지라 상수도 내부 배관이나 수도꼭지 등이 얼어 버릴 일이 염려되었다. 8년 전에 한 번 당했던 일이기도 했다. 아직 한 창 겨울일 2월 초에 돌아와서 수도가 얼어있다면 참 난감할 일이다.

두 번째는 어느 때부터인가(7년쯤 전에 ‘마스터 가드너’라는 프로그램을 보리와 함께하면서 가져왔던 화분 몇 개가 시작이었다) 실내 곳곳에 자리하며 한 식구가 된 화분 수십 개가 말라죽거나 얼어 죽을 게 분명해 보였다.

이 난제를 해결할 방법은 1층 주방에 설치한 난방기를 최저 온도로 설정해서 켜놓고 가는 것이었다. 이 얘기를 꺼내니 보리가 걱정스레 물었다.

“그러다가 과열돼서 불나는 거 아니예요~!?”
“아니~. 그럴 일은 없고 혹시 그렇더라도 차단기가 먼저 내려가니까 그건 염려하지 않아도 돼요. 다만 혹시 중간에 정전이라도 되거나 하면 재부팅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불안해하는 보리를 어르고 달래어 겨우 내 뜻을 관철시켰다. 보리가 여행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집 주변 이곳저곳을 채비했다. 아울러 떠나기 전 약속했던 행사와 작업들도 잘 마무리했다.

드디어 여행 당일, 오후 2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울 강남터미널까지 고속버스로 간 후 그곳에서 다시 공항버스를 탔다. 상주에서 곧장 가는 공항버스는 03시 10분, 09시 15분, 15시 25분 등 3번 있는데, 너무 이르거나 빠듯해서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공항에서 보리 지인을 만나 수속을 모두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니 감회가 새롭다. 보리는 자기 목적이 있지만 나는 왜 인도에 또 가는 걸까?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시골살이 시작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전기 없이 살았던 10여 년의 세월을 통해 단순 소박한 삶을 누리며 그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배웠었다. 그때 비하면 지금은 너무도 많은 것을 갖고 있고 또 그것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는 나를 볼 때가 많았다.

물론 그때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도, 그렇게 살 자신도 이젠 없다. 하지만 조금은 더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 수는 있으리라. 이번 인도여행은 다시 한번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예행연습, 혹은 선진지 견학(?) 정도가 될 것 같다.

드디어 비행기가 움직이고 힘차게 비상한다.
자 출발~!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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