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전화
         詩 / 나태주

지금 어디에 있어요?
누구하고 무엇 하고 있나요?
예전엔 그렇게 물었는데

요즘은 다만
이렇게 묻고 말한다

별일 없지요?
네, 이쪽도 아직은
별일 없어요

* 어려운 시가 횡행할 때 이런 쉬운 시를 만나는 것도 복이다. 일상어도 아름다운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태주 시인은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아름답다'는 것은 너무 소박해서 자연스럽게 흡수된다는 뜻이다. 마치 개울물이 졸졸 흐르듯 말이다. 전화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용품이다. 그것을 통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소통한다. 주고 받는 말의 중량감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긴 대화에서 거둘 수 있는 유익이 적을 수 있고, 그 역도 가능하다. 나 시인은 시뿐 아니라 말에서도 후자에 속한다. 소박한 말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예전에는 현미경처럼 사물과 현상을 읽으려 했다면 지금은 망원경으로 생활의 윤곽을 가늠하려 한다. '어디에서 무엇하고 있나요'에서 '별일 없지요?'의 '별일' 안에는 예측 가능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만큼 추량(推量)의 영역이 넓다. '이쪽도 그렇다'는 것은 시인도 상대방의 사고 폭을 줄이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묻어 있다 하겠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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