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설법
                  詩 / 이동순

경칩 지나서 며칠 뒤
지훈과 밀양 표충사 재약산 사자평을
한달음박질로 뛰어내려와서
계곡 바위에 앉아 헉헉 가쁜 숨 돌릴 즈음
올해의 첫 개구리 소리를 들었다
나는 작은 짐승처럼 귀 쫑긋 세우고
대지에 울려퍼지는 잔잔한 봄의 설법에 귀기울였다
그날 개구리가 무슨 설법을 했는지는
여기에 세세히 쓰지 않겠다

* 경칩(驚蟄)이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놀라 뛰어나온다는 날이다. 부슬비가 내린다.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비 오는 경칩의날을 개구리가 좋아할까 아니면 싫어할까. 봄을 재촉하는 비인데... 홍범도의 시인 이동순이 떠올랐다. 시집 <내가 홍범도다>에 이어 <홍범도 평전>도 상재했다. 친일의 물결이 넘실대는 이즈음 그의 시는 민중의 의식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이 시인이 자연 현상을 주제로 시를 썼다. 경칩, 개구리. 개구리의 울음 소리를 설법(說法)이라고 했다. 맞다. 듣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를 테니까. 슬픈 사람에겐 애가(哀歌)로 또 기쁜 사람에겐 찬가(讚歌)로... 개구리의 설법을 자세히 쓰지 않겠다는 의도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시를 통해 지훈의 이름을 접하는 것도 과외의 감미로움이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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