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나에게도 이런 속성이 없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직을 박차고 나가는 것 말이다. 과거 운동권 시절, 노선 투쟁에서 밀릴 때 조직을 이탈 새로운 조직으로 만들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엔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하지만 이럴 때도 원칙만은 분명했다. 조직을 이탈해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은 이 땅의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한 투쟁을 더 효율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갈라 선 사람들과의 동지 의식을 저버리는 경우도 없었다.

긴 투쟁의 기간, 갈라섰던 동지들과 다시 의기투합 만나기도 하고, 또 함께 했던 사람들과 헤어지기도 하고... 개인의 유익이 아니라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한 투쟁의 전략 전술 문제로 조직을 바라 보았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이 그랬다.

제도 정치도 어장(漁場)만 다르지 조직의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낭만적이고 유아기성 사고라 해도 할 수 없다. 보다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하는 것은 사회운동과 제도 내 정당 운동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당 내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되 결과에는 승복하는 자세, 이것이 올바른 정당인이 취할 바람직한 태도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보수와 진보는 세계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의 문제와도 겹쳐 있다.

따라서 진보와 보수를 개울의 징검다리 건너듯 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기에 개인의 욕심이 개입된다면 더더욱 용납될 수 없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자 이상 기미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사꾸라의 만개?

평생 개혁 정당에서 진보의 세례를 받아 정치를 해 온 사람들이 공천 탈락을 이유로 당을 헌신짝 버리듯 배신한다. 나아가 보수의 품에 안긴다.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인간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무도한 검찰 독재 정권을 매일 목도하고 있다. 야당 정치인들이 이런 상황에서 당을 뛰쳐나와 제 식구 헐뜯기 경쟁을 하는 것은 안쓰러운 일이다. 이런 작태는 검찰독재를 돕는 일밖에 안 된다. 보수의 품에 안긴 정치인과 오십보백보다.

김영주는 개혁정당인 야당에서 4선 국회의원을 했고, 그런 이력 안에는 장관과 국회부의장 자리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정도면 야당에서 비단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자가 개혁 공천에 탈락했다고 해서 검찰 독재의 품에 안긴다?

그 품이 그렇게 달콤할까? 우리 민족은 옛부터 '의(義)'를 중요시해 왔다. 개인의 유익을 위해 '의(옳음)'를 쉽게 팔지 않았다. 목에 칼이 들어온다고 해도 의를 굽히지 않는 절개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의리를 저버린 자, 곧 배신자는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다. 김영주와 검찰정권, 배신의 코드가 맞아 함께 한다지만 언제 내침을 당할지 모른다. 배신과 변절로 맺어진 관계는 생명력이 길지 않다. 역사가 증언한다.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도 마찬가지다. 개혁 지향의 정당에서 5선을 했다는 것은 누릴 것 아낌없이 누렸다는 말이다. 개혁 공천을 천명한 소속 당에 먼저 출마 포기 의사를 전달하고 조용히 물러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배들을 위해 양보하는 것은 유종의 미로 정치를 마감하는 일이었다. 존경받을 수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설 의원은 '이재명 사당 만들기 공천' 운운하며 오래 몸 담았던 조직에 침을 뱉았다. 이럴 때 웃는 자 누구이겠는가.

건강한 사회는 신진대사가 잘 되는 사회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되는 사회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누린 사람 물러가고 참신한 정치 신인으로 4.10 총선에 임해야 한다. 새것은 늘 국민의 바람이었다.

윤석열 정권은 정상적인 보수 정권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상식을 초월한 무도한 정권이란 비판이 팽배하다. 22대 총선은 이런 검찰독재 정권의 발호를 막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배신자가 나올지 모른다. 김영주 설훈 같은 정치인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는 개인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장치라는 걸 알아야 한다. 정치(政治)는 정치(正治)라고 했다. 바른 정치를 염원한다.

발행인  gcilbonews@daum.net

발행인  gcilbonews@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