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하여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게 있다. 공무원이 자신의 의무를 망각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 말이다. 모르고 하는 것보다 뻔히 알면서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은 선거법 위반 행위로 법의 다스림을 중하게 받게 된다.

따라서 선거 때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낭패를 당하기 쉽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들이 지역 발전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선거철에 지방을 돌면서 지역 개발과 예산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여당에 표를 달라는 노골적 제스처이다. 행위 주체자인 대통령 등은 통치 내지 국정 운영 행위의 일환이라고 하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부산 동래구 동래시장을 찾아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건 삼척동자도 머리를 가로저을 억지 강변이다. 선거 철에는 설령 이런 요구를 한다고 해도 응하지 않는 것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자세이다. 하지만 요즘 정권 쥔 자들에게선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시절 탄핵 직전 상황까지 갔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헌재에서 각하됨으로 겨우 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때 탄핵 이유가 뭐였는가.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이 총선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지금 생각하면 지극히 사소한 문제다. 이런 것으로 대통령이 탄핵당할 뻔하다니.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여기에 당시 여당의 일부까지도 동조했다. 드러내 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고졸 출신의 정치적 주변인인 탓이 컸다.

노 대통령의 여당 지지 발언은 지금 생각하면 순진하기 짝이 없는 수준의 것이다. 이것에 비해 지금, 윤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의 개발 약속 지역 순회는 너무 노골적인 선거운동이어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다.

더 우스운 것은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이들을 자기 지역에 불러들여 선거법 위반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과 동행 사진을 찍고, 대단히 힘 있는 사람인 양 행세한다. 지역 주민을 우습게 여기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정치적 중립을 생명으로 하는 공직자를 선거법 위반 공범자로 앞세우는 행위와 다름없다. 반드시 후과(後果)가 따른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 또 어떤 사람을 불러서 표 확보에 이용할지 모른다. 그 짓 좀 하지 않으면 좋겠다.

시장 상인과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서산=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충남 서산 동부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2024.2.26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

후보뿐 아니라 거기에 들러리 서는 지역 인사들도 비판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행사에 동원되어 단체 사진을 찍고 한껏 기분을 내는 지역 정치인들, 기관장들, 방문 단체 대표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법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규정 있는 뜻은 분명하다. 공무원은 정당 내지 진영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권은 유한하되 국가와 국민은 영원하다고 하지 않는가.

공무원의 최정점이 대통령이고 국무위원들이다. 이들의 중립은 너무나 당연하다. 선거 때는 언행에 더 조심해야 한다. 외밭에선 신발 끈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을 고쳐 쓰지 아니한다.’라고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오해 살 일을 피한다.

선거 때마다 횡행하는 막가파식 지역 순회와 선심 공약은 책임 소재를 따질 때가 반드시 온다. 지역의 해당 기관도 문제 있기는 마찬가지다. 성숙한 사람은 이럴 때 선거 후로 방문을 연기해 달라고 주문한다. 정신 줄 놓고 좋아할 때가 아니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