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기도
       詩 / 이해인

둥근 달을 보니
내 마음도 둥글어지고
마음이 둥글어지니
나의 삶도 금방 둥글어지네

몸 속까지 스며 든
달빛에 취해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노래를 하고

온 우주가 밝아지니
웃음이 출렁이고
웃음이 출렁이고
또 출렁이고

* 정월 대보름 날이다. 부슬비가 내린다. 보름달과의 상봉은 글렀다. 뭐라 그럴까. 기대하는 다수보다 우리의 로망 보름달이 더 안타까우리라. 천재지변으로 망친 유명 연예인의 공연과 같은 이치가 아니겠는가. 그래 좋다. 한 달 뒤의 보름달로 대체하면 된다. 매양 정월의 밝은 보름달을 봐야 한다는 것도 나의 욕심이러니... 이럴 때 떠오른 이해인의 시 '보름달 기도'는 적지않은 위로가 된다. 대보름 달이 바로 머리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떠 있을 뿐만 아니라 환히 비춰서 마음까지 행복감에 젖게 한다. 세상의 잡다한 일을 보지도 듣지도 않고 피하고 싶다는 것에 미치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겹친다. 이럴 때 이해인의 시 '보름달 기도'는 상황의 훌륭한 대체물이 된다. 동요와도 같은 시가 오감을 흐트려 놓는다. 그리고 시 속 보름달에 집중케 한다. '둥글 둥글', '달빛', '행복한 노래', '밝은 웃음', '출렁 출렁' 보름달을 이보다 더 적확한 시어로 짚어낼 수 있을까. '둥글 둥글'과 '출렁 출렁' 등의 어태어는 정적인 보름달에 동적(dynamic) 의미를 부가해 시를 살아 움직이게 하고... 흐린 오늘 정월 대보름 날, 어둠이 내리면 숨은 달에게 기도해야겠다. 사회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서...(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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