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시평] 홍색 혈투의 결과는?

이명재(본 신문 발행인, Ph. D)

'홍색 혈투'... '붉을 홍(紅)'과 '피 혈(血)'은 둘 다 빨간 색이다. 빨강은 열정을 상징한다. 피와 결부되면 생명, '살림'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 보수정당인 국힘당이 붉은 색을 당 상징 색으로 쓰고 있다. 다소 아이러니하다.

보수다운 보수인가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자. 보수의 심장이라고 하는 TK는 지금 붉은 색 천지이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일 텐데, 후보뿐 아니라 운동원들과 지지자들도 온통 붉은 색이다. 점퍼와 목도리에 운동화까지...

붉은 색이 유권자들의 눈에 쉽게 띄고 또 강한 인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붉은 색' 치장을 갖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다만 붉은 색끼리 벌이는 질 낮은 선거 운동에 거부감이 인다는 것 정도만 말하고 싶다.

네가티브는 가장 매력적인 선거운동 중 하나다. 상대의 맹점을 부풀려 확대 재생산할 때 자신에게 오는 표는 감미롭기조차 하다. 이런 매력 때문에 네가티브 선거운동은 근대 이후 선거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유권자의 정치 수준이 높아지고 또 SNS의 발달로 이것의 역기능이 서서히 운위되고 있다. 왜곡과 침소봉대가 지나쳐 선거법에 저촉될 경우, 당선되고도 무효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깨끗한 선거를 바라는 유권자의 바람에 배치된다.

나는 지금 SNS 접속 시간을 대폭 줄였다. 밴드 단톡방 등 지역에 기반하고 있는 것은 더 그렇다. 눈치챈 분들이 있겠지만 이것은 질 낮은 '홍색 혈투'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국힘당 공천이 본선 당선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일까.

"예비 후보님, 제 아들도 군대 면제시켜 주세요!", "모 후보 21대 국회 공약 이행 꼴찌!" 밑도 끝도 없이 요상한 말로 상대 후보를 공격해 댄다. 또 찌라시 수준의 정보를 가져와서 다른 후보릍 공격한다.

이런 유는 성숙한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지자 줄 세우기도 그렇다. 구태 정치 냄새가 물씬 풍긴다. 3김으로 대표되는 구시대 보스 정치의 유습이라고 하겠는데, 당시 줄 서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정치 풍토었다.

국힘당 김천지역 후보는 두 사람 경선을 치르게 되었다. 후보와 열혈 지지자들의 신경이 곤두설 만도 하다. 국회의원이라는 고지가 '저기' 보이니까. 하지만 ‘공자 왈’같은 소리 한마디만 하자.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궁극 목표가 어디에 있는가?

국회의원 당선이 최종 목표인가 아니면 지역과 국가를 위하는 일에 목표를 두고 있는가? 국회의원이 궁극 목표라면, 그리고 그 이후를 생각지 않는다면 사즉생의 각오로 싸워도 괜찮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 후보를 짓밟아도 된다.

하지만 지역과 국가에 이바지하는 과정으로, 봉사하는 길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면 여유 갖기를 권한다. 상대 후보도 국가를 위해 필요한 인재이고 특히 지금 같은 배(국힘당)를 타고 있지 않나. 비난이 아니라 장점을 찾아 힘을 합해야 한다.

정치가 발전하려면 그리고 민의를 바르게 정치에 반영하려면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구도여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영호남의 지역성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해당 지역뿐 아니라 정치 전반에.

그렇다 보니 양 지역에선 같은 당 사람들끼리 공천을 두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공천이 확정되기까지 그 도는 더할 것이다. 좀 그러지 말라고 이 글을 쓴다.

시민은 두 사람 중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후보와 열혈 지지자들만큼 그렇게 관심 두지 않는다. 누구든 공천을 통과해서 국회의원이 되고 나아가 국가를 위해 꾀 부리지 않고 일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 지점에서의 바람은 깨끗한 선거이다.

지저분한 선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공천에서부터 지역이 둘로 갈라져 상대 후보 지지자들을 사갈시한다면 지역 발전에 장애요인이 될 것은 뻔하다. ‘공자 왈’ 같은 소리라고 했다. 한 소리 덧붙이자. 이 세상에 쓸모 없는 자는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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