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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윤석열 정부, ‘출산’에만 집중하다보니…기현주(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취재부 | 승인 2024.02.20 06:38
기현주(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을 0.68로 전망했다.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한 수치이다. 그러나 내년 전망은 0.65로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합계출산율 최저점이 아니라는 전망이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밈까지 소환하지 않더라도 초저출생 악화 뉴스가 꽤 익숙해진 것 같다. 하지만 급격한 출생인구 감소가 불러올 후폭풍은 아직 구체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2005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기구인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만들고, 기본계획도 수립하고, 정책집행도 점검해왔지 않은가? 정부가 급격한 인구구조 변동을 대비한지 20여년이 다 되어간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제1~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은 비판 지점이 명확했다. 그 동안 저출생 대응 정책은 정부 용어 그대로 ‘출산’에만 집중해왔다는 것이다. 가임기 여성의 임신과 출산, 즉 인구의 재생산 자체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출생아에 대한 지원, 임신 지원,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 정책 등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결혼과 임신, 출산 과정을 거치는 청년기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성년이 된 청년이 진로를 이행하고, 원래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고, 자신의 가정을 이루는 사회 이행 자체가 지체되는 현실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애초에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월급을 받고,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기반조차 흔들리고 있는 현실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3월 28일 직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최근 한국은행은 35개 OECD 회원국의 출산율 영향 요인을 분석하였다. 청년층의 고용률, 가족 관련 정부 지출, 육아휴직의 실제 이용기간, 혼외 출산 비중의 증가는 출산율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반대로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실질 주택 가격 상승과 도시인구집중도의 상승이었다. 정부의 가족관련 지출 확대와 청년층 고용 부양정책이 출산율 감소추세 완화에 일부 기여하기도 했지만, OECD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 20여년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은 다른 요인보다 수도권 인구 집중과 실질 주택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인구 집중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다른 보고서에서는 지난 7년간 수도권 순증가 인구 10명 중 8명이 청년층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정책은 청년인구유출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역에 정착하는 창업가 청년을 붙잡기 위한 지원 정책, 지역 한달살이를 장려하는 정책, 지역 내 기업에 지역인재채용 우대 정책 등 청년인구의 지역 정책을 위한 지원책이 대부분이다. 비수도권 지역의 이러한 노력에도 청년들의 수도권 러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실질 임금격차, 고용률 차이, 문화인프라 격차, 교육훈련 기회 불평등, 제조업 이외의 양질의 일자리 격차라는 현실은 청년이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게 한다.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은 수도권 내 일자리 경쟁 과다, 실질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구가 밀집하고, 경쟁이 과다한 환경은 저출생 악화 요인이다. 비수도권 지역은 청년인구 유출로 지역 산업 유지를 위한 필수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다. 청년들이 빠져 나가니 수도권에서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비수도권 지역사회의 이해도 떨어진다. 성평등한 문화나 워라밸을 지키는 경영 등 청년층이 정착할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을 갖지 못하고, 이런 한계는 그나마 남아 있는 청년의 탈 지역을 부추긴다.

고향을 떠난 청년들의 타지 생활은 먹고 사는 생계 뿐만 아니라 친구나 지인 관계를 유지하는 일상을 포함한 모든 행위에서 비용을 치뤄야 한다. 숨만 쉬어도 매일 돈이 든다. 월세집을 구하려면 정기 소득이 필요해서 부담스럽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전세집을 구하자니 깡통전세가 두렵다. 청년층의 고용률은 코로나19의 영향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실정이다. 수도권과 지역 대도시의 집 값은 청년층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고향에 남아도, 고향을 떠나도 팍팍한 삶은 지속된다. 청년들의 현실은 가성비를 좇는 문화를 보면 체감할 수 있다.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에는 시간과 비용을 쓰지 않고, 시간 투자 대비 성과를 많이 낼 수 있는 행위들을 선택한다. 가성비 위주의 삶에서 연애나 혼인은 기회비용이 매우 큰 투자다. 게다가 출산은 가성비조차 산출되지 않는 무모한 도전이다.

미혼 인구 비중이 높아지고, 초혼 연령 또한 늘었다. 2020년 기준 청년층의 미혼율은 20대에서 92.8%, 30대 42.5%로 20년 전보다 각각 21.7%, 29.5% 높아졌다. 청년층의 결혼 인식은 성별 차이가 있지만 절반 이상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인식한다. 청년층의 미혼화 현상은 자연스레 출생율을 떨어뜨린다. 법적 혼인관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법 체계에서 혼외 출산을 통한 저출생 해결 대안이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청년들이 있다.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 유진상(2022)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층일수록, 고학력 부부일수록 출산가구의 비중이 높다. 청년층 내부에서도 그렇다. 소득이 높을 수록, 안정적인 고용 상태일수록, 자산이 높을 수록 혼인율과 출산율이 높다. 생활이 불안정한 청년들은 혼인도 출산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할 수 밖에 없다. 이강국 교수는 신문 칼럼에서 ‘가난은 대물림조차 되지 않는다’며 청년층 내부의 불평등 문제를 아프게 꼬집었다. 또한 여전히 여성에게 부과된 출산과 육아, 가사 부담은 여성 청년들의 경제활동 참여에 큰 벽으로 남아있다. 성별임금격차나 성별 역할문제 만큼이나 남성 청년들의 육아와 가사 참여 시간을 보장하는 사회적 문화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보장하는 직장은 공공부문이거나 규모가 큰 기업의 정규직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 또한 청년들이 겪는 노동시장의 불평등 중 하나이다.

▲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3월 28일 직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회의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식하고 있는 저출생의 원인은 좀 다른 것 같다. 서울시를 포함한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 소위 ‘공공미팅 프로그램’을 청년정책으로 운영했으나 청년 당사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들 지자체는 공론장에 참여한 청년들이 말하는 ‘누굴 만날 기회조차 없다’는 호소를 너무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청년들이 말한 ‘만날 기회’는 그저 ‘만남의 주선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일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누군가를 만날 시간과 경제적 여유조차 없다’는 의미라는 맥락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청년들이 맞닥뜨린 현실의 불평등 구조를 청년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인식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정책이 검증 없이 시행되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한편 국가적 차원의 저출생 대응책은 우리 사회 청년들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청년정책에서 중심이 되어야 할 부분은 청년들이 가족의 배경과 상관 없이 자신의 미래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성년이 된 청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아 일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는 성격의 청년정책이 필요하다.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공동체를 자유롭게 꾸릴 수 있도록 주거와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청년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즉 청년기라는 사회적 역할 이행의 안착을 주된 목적으로 두어야 한다. 굳이 청년정책의 최종 목적지를 초저출생 완화에 노골적으로 두지 않더라도, 청년 삶의 안정을 도모하는 과정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하나씩 채우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 참고자료

– 성원・정종우, OECD 국가별 패널자료 분석을 통한 우리나라 저출산 원인 및 정책효과 분석,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제2023-32호, 2023.

– 유진성, 소득분위별 출산율 변화 분석과 정책적 함의, 한국경제연구원, KERI Insight 22-04, 2022.

– 정민수・김의정・이현서・홍성주・이동렬,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제2023-29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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