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
                        詩 / 김준태

북한강, 토종개구리 펄떡 뛰어나오려다가
"어 춥다! 아직도 이놈의 땅바닥 사람들은
서로 찢어져 맨날 새대가리로 싸움질인가?”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면서 세상 바깥으로
나가야 할지 안 나가야 할지 어째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는 북한강, 봄비가 내린다.

* 김준태 시인은 사회의 불의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시인이다. 지금도 이런 기준이 적용되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으로 치면 참여시인이다. 참여시인들의 시어는 사회과학에 뿌리를 둘 때가 많다. 하지만 김준태는 자연 그것도 지극히 순화된 자연의 언어에 기초한 시어를 주로 사용한다. 우수(雨水)만 해도 그렇지 않나. 자연의 변화를 절기로 나타내는... 그것도 지극히 순수한 시어로 말이다. 자연스럽다는 단어는 자연의 파생어이다. 애써 절제하지 않는다. 꾸밈도 없다. '이놈의 땅바닥', '서로 찢어져', '새대가리로 싸움질', '눈망울을 굴리면서', '쩔쩔매고 있는'.... 이런 것은 1977년 그의 젊은 시절 나온 <참깨를 털면서>(창작과비평사)에서부터 자주 발견된다. 세윌의 흐름과 함께 더욱 자연스러위졌다. 시의 성숙, 시작(詩作)의 여유로움을 말해주는 것이다. 시의 결구 '봄비가 내린다'에 모든 것이 흡수된다. 그 봄비가 우수(雨水)이다. 우수인 오늘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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