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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박찬희의 '늙은 어부의 바다'
편집부 | 승인 2024.02.12 10:17

늙은 어부의 바다

                詩 / 박찬희 

한바탕 펼쳐놨던 그물은 헤어지고

평생의 숨찬 이력 연돌에서 말라간다

옮겨간 어군을 찾아

복원하는 조업길

굳고 터진 손마디에 시름을 감아놓고

바다에 채워 걸은 낡은 밧줄 사리는 그

수면에 비치는 노안(老顔)

자글대는 소금꽃

눈을 뜬 먼 섬 표정 살펴 있는 바닷길에

밤새워 기운 그물 다시 내린 미명 조업

갈매기 무리로 나니

어창부터 밝아온다

 

* 박찬희 시인의 시는 정갈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필요한 위치에 꼭 맞는 단어를 끼워 맞추는 실력이 놀랍다. 조탁된 단어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시인의 격(格)이 결정된다. 이 점에서 박 시인은 자기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그 자리는 문학상을 휩쓸고 다니는 데서 확인된다. '늙은 어부의 바다'는 시조이다. 이른바 정형시다. 종장을 두 행으로 나누어 자유시처럼 포장한 것도 밉지 않다. 뭐니뭐니해도 박찬희 시의 장점은 시대를 배반하지 않는 데 있다. 서민의 애환이 절절히 담겨 있어 친밀감을 높인다. '늙은 어부의 바다'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량과 돈으로 연결되는 만선(滿船)의 기쁨을 노래하는 시와는 그 유(類)가 다르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 하는 노어부(老漁夫)의 노동을 가감없이 노래한다. 이런 데서 참 감동이 솟아나는 것이다. 시인을 언어의 조탁자라고 했다. 박 시인이 발굴한 조탁어 '어군(魚群)', '사리는', '노안(老顔)', '자글대는', '소금꽃', '어창(窓)' 등의 단어는 생소하지만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단어들이다(耳穆).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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