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정치평론가)

이재용이 2018년 2월 5일 집행유예로 석방되었다. 이재용의 구속도 한국의 위계질서 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석방은 그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1심 판결을 검토한 유시민 등 많은 진보지식인들은 이재용의 석방을 예견했고, 그 반대 측 사람들은 그것을 바랐으므로,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바람대로, 이재용은 석방된 것이다. 

이 어려운 일을 삼성은 해낼 것이라는 믿음은 좌우를 막론하고 굳건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동안 삼성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을 몸으로 체득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많은 언론매체들은 이재용의 석방을 환영하였고, 그동안 혹시 삼성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기사가 없었는지, 또 그런 기사를 쓴 기자의 성향이 어떠한지에 대해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언론에게는 광고주가 그 생명줄인데, 가장 큰 광고주가 복귀하였으니, 언론사로서는 대책회의를 아니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서울에 모여 있는 정계, 재계, 법조계, 언론계, 학계의 주요세력들은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만큼 안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사유재산제를 근간으로, 상속 가능한 가장 큰 금권력을 가진 이건희, 이재용 일가야 말로, 임기의 제한이 없는 실존적인 권력일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일개 당대표인 홍준표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 정치노동자이자, 정치적 근본도 없이 이제 겨우 대구의 지역위원장을 신청해서 보수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아직도 꿈 많은 정치지망생에 불과하다. 많은 보수 언론들이 이미 그를 버린 카드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것을 살아있는 카드로 바꾸어 줄 수 있는 것도 그 언론사들의 광고주이기 때문에, 홍준표로서는 이재용을 풀어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삼성은 이미 너무 비대해져서,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한국사회의 각 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영향은 때때로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재용의 석방소식은 마치 그 시기까지도 잘 조율된 것처럼, 평창 올림픽으로 인해 많은 언론보도에서 이미 묻혀버렸다. 

하지만, 이재용에게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김명수라는 대법원장이 버티고 있다. 삼성의 미래전략실, 혹은 그것이 해체되었다면 그 기능을 그대로 담당하는 신설된 부서의 임원들은 이재용이 다시 감옥에 가는 일이 없도록 동분서주 할 것이다. 거기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로서는 그 일이 너무나도 중요해서, 때때로 사회적 통념과 현행법령을 넘는 일들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다.

최순실의 재판을 통해서 알려진, 삼성과 관련된 일련의 사실들은 사회적 통념을 훨씬 벗어나 있었다.

시민들은, 깨어있어서 이런 일들을 잘 감시하여야 한다. 이재용이 다시 구속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삼성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관계, 법조계, 언론계의 주요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는 눈 앞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한 시민이자 전직 대통령의 말은 사실인 듯 싶다.

작은 지역인터넷신문에서 삼성과 이재용을 비판한 글을 누가 보겠냐마는, 방 안에서 그냥 앉아있는 것이 불편하여, 몇 자 적어본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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