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교수가 추천하는 책 소개

작년 말부터 책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전엔 제가 주로 공부해온 통일‧평화‧정치‧역사 등에 관한 책이었는데, 이번엔 별로 공부해 보지 못한 분야의 책이 많군요. 아무튼 아직은 제게 가장 좋은 선물은 책이네요. 먼저 최근 출판된 책부터 6권 소개, 추천합니다.

1. 정진백 편,『김대중의 말』(태학사, 2024)

30권짜리『김대중 전집』과 5권짜리『김대중 대통령 연설문집』에서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주옥같은 글과 말 약 130꼭지를 뽑아 엮은 책인데, 눈에 띄는 소제목만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유는 전취(戰取)하는 자의 것, 승리는 용기 있는 자의 것...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날을 위하여... 전진할 때 주저말고, 인내할 때 초조해 말며, 후퇴할 때 낙심 마라... 논리로 검증되지 않은 경험은 잡담이며, 경험으로 검증되지 않은 논리는 공론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환한 새벽은 고통 속에 밤을 지새운 이에게만 옵니다...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를...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되,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 ‘뜨거운 가슴’과 ‘차분한 머리’로 통일의 길을 닦읍시다... 역사의 시기마다 국민은 매번 이겼다...”

2. 김진향,『인간 행복』(행복책빵, 2023)

흔히 개성공단 이사장으로 알려지고 요즘은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의장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통일‧평화운동가가 좀 이색적 책을 펴냈습니다.

정치학자 출신의 통일운동가 겸 시인이 인간 존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철학자‧심리학자‧행복경제학자들의 행복론을 분석하면서 이 책을 펴낸 게 또 놀랍습니다. 나이 몇 살 아래라고 후배로만 생각해온 동지가 이렇게 다방면에 내공이 깊은 줄 미처 몰랐네요. 어릴 때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아부지’와의 추억과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어머지’로, 아버지를 ‘아머니’로 쓰는 등 받아 쓰기 10점 받은 사연 등을 군데군데 곁들여, 눈물도 흘리게 하고 웃음도 짓게 하는『인간 행복』참 읽어 볼 만하군요.

3. 김자현(김승원), 『솔베이지는 돌아오지 않았다:김자현 산문집』(들꽃, 2023); 『엿 장수,엔니오 모리꼬네:김자현 시집』(시산맥, 2020)

많은 시인들보다 20년 늦게 시를 쓰기 시작했다면서, “고갈된 감성과 사라진 용기, 녹슨 안테나로 신성과의 교신조차 사이클이 잘 맞지 않았다”지만, “2020년 벽두부터 조중동 폐간 시위를 시작”하고, “매국매족 최악의 불의를 묵과 간과한 역사적 죄업이 만수산 드렁칡이 되어 다시금 나라의 존망을 위태롭게 하니 하찮은 개인, 나 하나의 행보라도 보태야 한다... 한반도 통일과 전쟁 없는 지구촌 평화를 위해 더디지만 한 발 한 발 나아갈 것이다“라는 ’시 작업‘의 결의가 대단합니다. 윤석열을 비롯한 정권 꼭대기부터 물불 안 가리고 친일‧부일로 치닫는 때, ”백번 천번이라도 얘기하자,부역한 친일인사“를 내걸고,지난날 국어책을 장식하던 친일 문인 서정주, 노천명, 주요한, 유치환 등을 가차 없이 내치는 산문은 통쾌하고요.

4. 최순자, 『교사를 위한 아이 심리 알아차림』(씽크스마트, 2023)

한 달 전 남도를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제 집에 들러, 그의 남편과 제 아내 앞에서 ‘재봉씨’와 ‘순자씨’가 재밌는 얘기 많이 나누었습니다. 떠나면서 건네준 이 책을 보니 그의 경력과 활동이 눈부시군요. 육아‧보육‧교육 전문가이자 1급 상담심리사인 교육학박사로 대학에서 강의하며『아이가 보내는 신호들』,『아이의 마음 읽기』,『아이의 생각 읽기』등 30여 권의 책을 펴냈답니다. 또한 회원 6,000명의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원장 겸 공명재학당 학장으로, “영유아 교육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사회가 건강해져야 어린이가 행복해진다”는 신념을 갖고, 교사와 학부모 대상 강연도 1천 회 넘게 했다 하고요.

5. 떼이야르 저, 이병호 역,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분도, 2006)

이병호 주교가 번역을 끝내며 쓴 말에 의하면, 저자 덕분에 우리가 “과학과 신앙 사이의 관계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군요. “이 두 분야는 같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종내에는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었던 것”이라면서요. 그러면서 우리가 “이 지구와 생명체들의 꼭지점에 서서, 자유와 반성의 능력을 가지고, 어떤 의미에서 우주 진화의 운전대를 잡고있는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며,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은 가장 인간다운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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