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여당 갈등,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권력이라는 건 참으로 미묘하다.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 적이 될 수도 있고, 그 역도 성립 가능하다. 비정한 것 중 권력을 따라갈 게 없다.

국힘당이 지금 어수선하다. 행정 수반 대통령과 국힘당 비대위원장 사이에 마찰음이 일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두 사람을 한 세트로 보아왔다. 다르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파열음을 내다니! 혹자는 지지를 유도하기 위한 술수로 본다지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비대위원장 모두 정치 초보자들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다.

정치 9단들도 이런 술수, 즉 짜고 치는 고스톱은 쉽지 않다. 국민의 눈높이도 현재 그렇게 낮은 게 아니다. 따라서 나는 국힘 갈등이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윤-한 두 사람 다 착각하는 게 있다. 권력을 자기 힘으로 거머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윤은 대안 없던 당의 선택으로 또 한은 그런 위치에 있던 윤이 뒷배였다.

그러니까 둘은 운명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살면 다른 사람도 살고, 한 사람이 죽으면 같이 죽는다. 이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정치가 꼬일 때 필요한 것이 정치력인데, 두 사람은 정치 초년생들이어서 정치력이라곤 도통 찾아볼 수 없다. 부족하면 그나마 보완할 수 있는데, 아예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치기어린 언행들이 돌출한다. 기껏 하는 것이 윤은 중요한 회의를 펑크 내는 것이고, 한은 비대위원장 임기는 총선 끝나고까지라며 말을 툭 던진다.

정치하는 동네만큼 닳고 닳은 데가 없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배타적이다. 따라서 혜성같이 나타나 정치 지도자가 되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정치 선진국도 동일하다.

멀리 찾을 것 없다. 박근혜 탄핵 후의 황교안을 떠올려 보라. 황은 여당 대표에서 대통령 후보까지 되었다가 지금은 3류 정치인, 태극기부대의 앞잡이로 전락하지 않았나.

윤석열 한동훈의 등장과 갈등에서 정통 보수당의 맥을 이어왔다는 국힘당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대안이 없기로서니 이렇게 엉터리로 일을 처리하면 안 된다.

누구를 위한 정권 창출인가. 국민인 안중에 있기나 했는가. 좋으나 궂으나 이 두 사람은 정부 여당을 대표한다. 갈등의 여파가 국민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외쳤듯이 정권 쥔 자들이 정치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정쟁이 아니라 협치, 정권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야당도 정도를 걸을 필요가 있다. 정부 여당의 갈등과 반목에 반사 이익만 노려서는 안 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궁구해야 한다.

정부 여당의 설익은 반목과 갈등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군림하려는 데서 오는 것이다. 4.10 총선이 우리의 정치 지형을 바로잡는 좋은 기회이다.

취재부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