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원광대 명예교수, 평화학)

김대중 영화 한 번 더 쏩니다. 1월 16일 (화) 저녁 7시 익산CGV에서 <길위에 김대중>을 다시 상영합니다. 이번엔 저 혼자 벌이는 일로 100명 초대합니다. 상영관 하나 통째로 확보했거든요.

지난주 <길위에 김대중> 관람권 50매 구입해 “멋진 영화 쏩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더니 이틀 만에 꽉 차버리더군요. 예상 밖의 호응에 “감동 후불 앙코르 상영”을 마련한 겁니다. 수요일 저녁예배 기독교인들을 배려해 이번엔 화요일 저녁 시간으로 정했고요.

상영 전 언제든 100명 찰 때까지 신청 받습니다. 될수록 이메일 (pbpm@hanmail.net)이나 카톡 (010-3078-6580) 으로요. 그리고 1만원짜리 영화 감상 후 감동먹은 만큼 1,000원이든 10,000원이든 제 통장으로 보내주세요 (전북은행 102101-1778059 이재봉/남이랑북이랑). 감동받지 못하거나 용돈 넉넉지 않으면 무시하고요. 저는 가난해도 꽃보다 아름다운 후원자/기부자들이 항상 넘치거든요.

지난주 “익산시민과 전북도민 여러분께 멋진 영화 쏩니다”는 내용의 글을 여기저기 올렸더니 오래 전 퇴임한 서울의 선배교수가 익산의 제자들에게 영화 보라고 권했다면서 저에게 10만원 보내더군요. 2012년 11월 대선 앞두고 박근혜 당선 막는데 몇십 표라도 얻어보려고 사전 투표하는 원광대 교수.직원.학생들에게 맛있는 점심 쏘겠다는 글을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자 점심값 분담하겠다며 50만원을 선뜻 내놓았던 분이죠. 작년에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남이랑북이랑 교실기부에 적지 않은 성금을 보탠 수원의 한 중년여성은 어제 기부금 영수증 만들어주겠다고 했더니 그것까지 챙겨 주냐며 고맙다고 즉각 10만원을 또 보내줬습니다.

자랑삼아 두 가지 더 덧붙입니다. 2016년 11월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에 젊은이들 참여 권하려고 “광화문에서 김밥 100만원 어치 쏩니다”는 글 퍼뜨렸더니 몇몇 신문에서 보도해주느라 김밥 먹으러 오는 젊은이들보다 김밥 값 보태겠다는 어른들이 더 많을 정도였습니다. 2023년 7월 ‘평택미군기지 인간띠잇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점심 사겠다는 글 올리자 서울을 자주 오가는 재일동포는 정년퇴임한 교수가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부담하려느냐며 사업이 어려워 30만원 ‘밖에’ 보내지 못하겠다더군요. 이렇듯 저는 밥 사거나 영화 쏘는데 이름만 내세우는 꼴이고, 천사 같은 후원자/기부자들이 이름 없이 저를 도와주는 겁니다. 여러분은 후불이든 외상이든 부담 없이 김대중 영화 보러 오시라는 뜻입니다.

요즘처럼 김대중 같은 지도자가 그리울 때가 있겠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나라 안에서는 대선에서 맞붙었던 경쟁자를 ‘적’으로 만들며 검찰 총동원해 때려잡지 못해 안달이고, 밖으로는 통일.평화의 상대 북한을 ‘주적’으로 삼고 일본까지 끌어들이며 끔찍한 전쟁으로 치닫고 있으니까요.

영화 ‘길위에 김대중’ 포스터.

이런 자를 김대중과 비교하는 자체가 위인에 대한 큰 모독이겠지만, 김대중은 자기를 두어 번 죽이려던 박정희뿐만 아니라 사형선고를 내렸던 전두환까지 용서했습니다. 대통령이 되어 ‘박정희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박정희 딸 박근혜도 품었으며, 전두환을 청와대에 10번 정도 부르며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했으니까요. ‘살인마 전두환’까지 청와대에 초청한다고 비판받으면서요. ‘성인 (聖人)’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나라 밖에서는 미국 대통령들에 조금도 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끌어당겼습니다. 1994년 북한을 폭격할 뻔하고, 1996년엔 판문점을 찾아가 ‘북한 국가의 종말’을 위협하던 호전적이고 폭력적인 클린턴을, 평화적 ‘운전 조수’로 만들었잖아요. 클린턴이 1998년 워싱턴에서 김대중과 정상회담 끝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으니까요. “김 대통령의 비중과 경륜을 볼 때 이제 한반도 문제는 김 대통령이 주도해주기 바랍니다. 김 대통령이 운전대 잡아 운전하고 나는 옆자리로 옮겨 보조적 역할을 하겠습니다.”

아들 부시가 2001년 워싱턴에서 김대중과 첫 정상회담할 때, 김대중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부탁하자, 그는 북한을 비난하며 김대중을 ‘이 사람 (This man)’이라 부르고 답변을 가로채기도 하며 참 고약하게 굴었지요. 김대중은 22살 아래 아들뻘에게 당하는 일이라 매우 불쾌하고 괘씸했지만, 꾹 참고 그 대신 상하원 의원, 전문가, 기자 등을 두루 만나 북한에 대한 미국여론을 돌리려 힘썼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부시에게까지 전화해 아들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고요. 1년 후 부시를 청와대로 부르며 “혼신을 다해” 회담을 준비하고, “젖 먹던 힘을 다해” 그를 설득했습니다.

부시가 감리교 신자라는 걸 미리 알고 김대중은 그에게 감리교의 역사와 역할에 관해 강의할 정도였으니 부시의 혼을 쏙 빼버린 거죠. 결국 부시는 기자회견에서 햇볕정책을 지지하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도라산역을 방문해 “나는 북한을 침공할 의도가 없다. 북한과 대화하겠다. 미국도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나중에 주위 사람들에겐 “김 대통령을 다시 봤다. 존경한다”고 했고요. 클린턴보다 열배 백배 호전적이던 아들 부시까지 김대중 팬으로 만든 거죠. 이런 외교의 달인 대통령을 우리도 한 때 가졌던 겁니다.

<길위에 김대중>이 많은 관객을 이끌면, 올해 후반 만들어질 속편에 위와 같은 내용도 담기겠죠. 속편이 반드시 만들어지려면 전편 <길위에 김대중>이 흥행해야 할 테고요. 제가 1월 10일엔 50명을, 1월 16일엔 100명을 영화에 초대하는 이유의 하나입니다. 김대중 영화를 보며 앞으로 무슨 선거에서든 어떠한 지도자나 대표를 뽑아야 할지도 한 번 더 생각해보시기 바라며, 감사와 사랑으로 이재봉 드림.

이재봉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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