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열(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장)

며칠 전에 국방부는 5년 만에 발간한 대한민국 국군의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일본과의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했던 적이 있다. 그 교재는 일본이 중국 및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열도와 마찬가지로 독도도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라고 기술했다.

또 그 교재에 수록되어있는 11개의 대한민국 지도에 독도를 대한민국 영토로 표기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엄청난 사실이 언론매체를 통해 국민에게 알려지자 국방부는 그 교재를 회수했고, 국민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국방부 장관은 사과했다.

필자는 경향신문 유새슬 기자가 먼저 내보낸 기사를 읽고 유 기자에게 그 기사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이런 국토 방기 사태를 초래한 책임 문제를 다음과 같이 넌지시 제기한 바 있다. 국방부의 그 교재는 윤석열 정부의 친일적인 마각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이 정도면 그 교재 편찬의 최고 책임자인 국방부 장관은 물론이고 내각도 물러나야 할 사안이 아닌가”라고 했다.

이 사실은 국토방위의 역사의식을 망각한 군속 등 국방 관료들의 단순 실수로 볼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배포된 교재를 전량 회수했으니, 신원식 국방장관의 말처럼, 낭비된 4천여만 원의 혈세가 아깝다고 생각할,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려는 분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독도가 분쟁지역이라고 보는 그런 인식이나 그런 인식에 근거하여 대한민국 지도에서 독도를 아예 빼버린 것은 단순한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다.

재야 시절 친일적 발언으로 주목받아온 신 국방장관을 염두에 둔다면. 그것을 단순한 실수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국방부라 쓰고 매국부라 읽는다. 신원식 장관 파면하라’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그래서 틀린 말이 아니다. 그 교재에 독도가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되었고, 대한민국 지도라 하면서 독도를 빠뜨린 것이 뻔히 드러났는데도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주변국이 영토에 대해 여러 주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우리 국가가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인식한다는 기술은 아니다”라고 뻔뻔스럽게 발뺌했다.

그게 어떻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국방부 대변인이 그런 식으로 변명해야 할 사안인가. 그런 엄중한 사태를 보고 어떻게 그런 변명꺼리 해석이 나오는지 다시 반문하고 싶다. 이런 언설들을 공식화하는 것을 보면 신원식이 이끄는 국방부는 혼연일체가 되어 ‘매국부’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필자 세대들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 사건이 터질 때부터 벌써 몇 십 년 동안, 일본 교과서의 왜곡 사실을 비판하면서 그들의 독도 인식에 대해서도 투쟁해 왔다. 아직도 그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그들의 독도에 대한 집요한 야욕은 국제사법재판소행을 몇 번이나 예고해 왔다.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그들 주장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몇 개 안 되는 고지도(古地圖)다. 그러나 훨씬 많은 증거들이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한국의 영토였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때문에 독도가 영토분쟁지역임을 거론하는 것은 단연코 어불성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국방부의 독도 기술 문제가 터진 것이다. 지금도 필자는 이 문제가 국방부 장관은 물론 내각이 물러나야 할 엄중한 사안이라고 보는 데에 변함이 없다. 독도문제를 야기한 후 ‘다케시마’가 자기 땅이라고 줄곧 주장해온 일본으로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그것도 국토방위를 맡은 국방부가 만들어 준 호재를 만나 얼마나 기뻤겠는가. 대한민국 국방부가,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간에 인식한 바 있는, ‘독도의 국제분쟁화’와 ‘독도를 뺀 대한민국 지도’는 그들이 얼마나 활용하기 좋은 소재가 될 것인지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정훈 교재에 나오는 11개의 한반도 지도 중 독도가 표기된 것은 하나도 없다(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

이번 국방부의 정훈 교재 문제는 결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단호함을 보이지 않으면, 아니 신원식을 파면하는 등의 아무리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 하더라도, 일본은 두고두고 ‘너희 스스로 독도가 분쟁지역임을 인정하지 않았느냐’ ‘대한민국 국방부가 독도를 너희 지도에서 빼지 않았느냐’라고 야유하면서 괴롭힐 것이다.

필자가 국방장관의 파면은 물론이고 내각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런 단호함과 결기를 보여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 국민이 이 문제를 중대하게 보고 있음을 천명하자는 것이다. 이런 중대함을 알았으면 신원식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한덕수 총리의 내각도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할 것을 권한다. 이번 국방부 정훈 교재 사건이 아킬레스건이 되어 대한민국을 더 괴롭히기 전에 책임 있게 결단하는 것이 공직자가 그나마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 아닐까 싶다.

편집부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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