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탄일
           詩 / 유안진

산마을 초가집들
흰 눈 속에
고저너기

한 폭 그림 속에
빠안히 불 밝힌
창호 문 밖 댓돌 위엔
구문짜리 고무신

내 열 살 아잇적 성탄은
십 리 밖 예배당에서
산을 넘어오는 종 소리

송아지 울음 같은
종 소리로 오시던
아기 예수님

이제는 마흔 살
마른 갈대머리로
한 자루 촛불 앞에서
등피를 닦는 언 손

그리스도로 오시는
아가씨
그이여

지극히 높은 이의
지극히 큰 영광이여

사람의 손길로는
덥힐 수 없는
춥고 어두운
주름진 이마에

너는 나의 신부라
하늘나라 면사포로
곱게 꾸미소서

진실로 고대하는
참된 마음 가진 이는
이 새벽 당신과 함께
새로 태어나게 하옵소서

* '다시' 성탄일이다. 여기서 '다시'는 1년을 담고 있다. 같으면서도 매년 다른 성탄절, 감성의 고조가 아니라 갈수록 감성의 상실이어서 마음이 아리다. 시인은 '마흔 살 갈대머리'를 말했지만, 고희를 바라보는 평자의 감성 상실... 어느정도는 이해해 줄 만하지 않는가.

시는 미래에 대한 설계도 소재가 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과거의 반추가 소재로는 더 만만하다. 그래서 시를 '과거를 먹고 사는 장르'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

유안진 시인도 '다시 성탄일'에서 이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과거 어릴 적 성탄일 즈음의 '산마을' 풍경이 등장한다. '초가집', '창호문', '댓돌', '고무신'...

지금은 꼭 그렇지 않지만 예전엔 예배당과 거기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늘 짝을 이루었다. 성탄절 때면 그 종소리가 십리 밖에서 산을 넘어 송아지 울음 같은 소리로 찾아온다. 송아지 울음 소리는 간절하다. 허기진 송아지는 더욱 그러하다.

삶에 지친 사람('주름진 이마')들에게 찾아와 희망이 되고, 용기를 북돋게 해 준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진실로 고대하는 참된 마음 가진 이'들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시인은 이 모든 게 '새로 태어나게' 하는 에너지라는 걸 알려주고 있다.

바깥 날씨가 몹시 춥다. 성탄절이 겨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싫으면서도 좋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도 된다니 더욱 그렇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복된 성탄과 기쁜 새해 맞이하시길...!(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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