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결정이 가시화되자, 대한의사협회가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정부의 의대증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집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의료계와 합의없는 의대증원 결사반대’, ‘의대정원졸속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준비안된 의대증원 의학교육 훼손된다’등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의사협회의 주장을 지지하고 공감하는 국민은 드물다. 의사협회의 의대정원 확대 반대주장은 밥그릇지키기에 다름 아니라고 여기기에 그렇다. 의사협회의 구호에서 국민의 건강을 진정으로 염려하는 목소리를 찾긴 어렵다.

한국은 의사수가 OECD 국가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다. OECD 평균 의사수는 인구
1,000명당 3.7명이지만, 우리는 2.5명에 불과하다(2020년기준). 이에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영역
에서 일할 의사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향후 빠른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의 증가로 의사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의사 교육 기간을 감안하면, 조속히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의협은 이에 대해 적극적인 반론을 펼친다. OECD 평균보다 의사수가 지금은 적지만
향후 인구절벽으로 인해 OECD 평균 이상 많아져 의사가 남아돌게 된다는 주장이다. 의협의 주
장은 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최소 향후 50년 이내에 그럴 일은 없다.

우리 사회는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로 장기적인 인구감소가 진행되지만, 고령인구 증가로 인한 의료수요는 훨씬 폭증할 예정이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증가는 장기 인구감소의 효과를 크게 뛰어넘는다. 의료수요가큰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만 보더라도 2022년 898만명에서, 2050년 1,891만명으로 지금의 2배에폭발적으로 증가한다.

17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이 의사 집단 진료거부 관련 여론 조사 및 인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령인구는 정점 후에도 급격한 감소 없이 완만하게 감소하여 2072년에는 1,727만명에 이른다(중위추계, 통계청). 향후 50년 후에도 지금보다 고령인구는 2배가 유지되는 셈이다. 따라서 의사협회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한편, 의협은 현재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필수의료의 붕괴에 대해 의사수의 부족이 아니라 저(低)수가 때문으로 수가를 정상화하여 의사인력이 필수의료 영역으로 이동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해에도 전공의 지원을 보면, 흉부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분야를 외면하는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수가의 조정으로 해결되긴 어렵다. 예로 흉부외과와 외과에 그동안 많은 수가를 지원해주었지만, 전공의 지원률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필수의료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영역으로, 많은 의사들이 국민건강에 꼭 필요한 필수의료영역에서 종사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수가(돈)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은 것처럼, 무조건 의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에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투자를 통해 우수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공공의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또한, 해당 의사들의 희생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지켜주는 가치만큼 적절한 근무여건 제공도 필요하다. 의사들이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의사인력 증원은 필요한 것이다.

의협은 지난 정부에서 의대증원을 추진했었을 때 집단행동으로 막아낸 바 있다. 하지만, 지
금은 상황이 다르다. 국민의 여론이 의대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만 하지 말고 진솔하게 국민건강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동시에 공공의료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버리고 공공의료 강화에 앞장서길 바란다. 그것이 의료전문가로서 국민의 존중을 받는 길이다.

취재부  daum.net

취재부  daum.net

<저작권자 ©김천일보 김천i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