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눈발이라면
                  詩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 눈(雪)은 우리에게 감상의 대상이고 관조의 대상이다. 소복이 쌓이는 눈에서 따뜻함을, 그리고 휘몰아치는 눈보라에서 으시시함을 느낀다. 그런데 안도현은 우리가 눈이 되자고 한다. 시인 중에서도 특출한 시인만이 주장할 수 있는 시상이다. 눈이 되되 진눈깨비가 아닌 함박눈이 되자고 한다. 진눈깨비는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하는 이미지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것을 피하고 대신 함박눈이다. 겨울의 함박눈은 포근함의 상징이다. 시인은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듯 앞에 '따뜻한'이란 관형어를 붙여 놓는다. 대단한 언어 조련사다. 이 시의 포인트는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이다. 따뜻함이 필요한 공간이다. 함박눈이 따뜻함을 함축하고 있다면 이런 곳에 내려(찾아가) 편지가 되어주고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고 한다. 창 밖에 내리던 눈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 기온이 급강하된다는 문자가 들어온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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