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네
            詩 / 나태주

비가 내리네
비가 내리네
겨울인 줄도 모르는 비
겨울비야
마른 나뭇가지를 적시고
내 가슴을 적시고
너는 어디로 떠나는 거냐

어느 불빛 그리워 울며 흐르는 거냐
가다가 흐르다가
그 또한 새벽잠 깨어 우는
내 사람 만나거든
나도 새벽잠 깨어
울고 있더라고 말해주렴
새벽인 줄도 모르는 비
새벽비야
잠들 줄도 모르는 비
바보비야.

*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12월 중순의 겨울인데 여름비처럼 내린다. 나태주 시인의 '비가 내리네'엔 제목 앞에 '겨울'이 생략되어 있어서 혼동을 불러 일으킨다.하지만 이것은 의도적인 표현이다. 곧 '겨울비'란 단어가 등장하니까. '겨울' 하면 떠오르는 심상이 '눈(雪)'이다. 누구에게나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눈'의 자리에 '비'가 버티고 앉아 주인 행세를 하려 한다. 번짓수를 착각한 것이다. 시인은 겨울에 내리는 이런 비를 바보비라고 명명한다. 그럼에도 관심과 애정을 끊지 않고 말한다. '마른 나뭇가지를 적시고', '내 가슴을 적시고' 어디론지 떠나는 메신저로 설정한다. 한없는 긍정의 마음이다. 그런 비는 어느새 새벽비가 된다. 새벽은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시어이다. 새벽부터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라. 새벽비는 부지런한 사람을 만들어낸다. 시적 자아도 새벽에 깨어나 움직이고 있지만, 유(類)가 좀 다르다. 자신을 두고 떠나가버린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어 울고 있다. 겨울비 새벽비 바보비... 바보비에 의탁해 마음을 드러내는 나는 더욱더 바보!(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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