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노골적으로 나오니 할 말이 없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정권 보위만 생각하는 것 같다. 권력이 국민 여론을 외면할 때 종말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나라의 요직은 검사 출신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해야 정권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짧은 생각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도리어 묘혈을 더 깊이 파는 것이 된다. 정치를 한참 모르는 사람들이다.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장안의 화제인 모양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전두환 중심의 하나회를 보고 검찰의 윤석열 사단을 떠올린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둘 비슷한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폐해는 하나회 이상이다. 무(武)는 문(文)에 대해 일종의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하나회가 그랬다. 하지만 정권까지 거머쥔 검찰은 스스로 문무겸장이라고 생각한다. 거리낄 게 없다는 식이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정치인 고위 관료들이 사표를 던지고 나온다. 곧 중폭 개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관심사는 그 자리에 정권에 묻지마 충성파를 얼마나 앉힐까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도 두렵지 않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되니까.

하지만 정말 무서운 건 국민의 눈이다. 당장은 침묵을 지키는 것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가만 있지 않는 것이 민심이다. 이때까지 가면 정권은 끝장이다. '君舟民水(군주민수)'라는 말은 오늘날도 유효하다.

정치적 중립이 더 요구되는 기관들이 정권의 하수인이 된지 오래이다. 감사원, 금감원, 국민권익위, 방통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부도 중립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나라가 어떻게 될지 염려가 적지 않다.

여소야대의 입법부만이 거대한 독류(獨流)를 막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럴 때 여대야소의 국회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검찰 공화국 하에서 여대야소의 국회 모습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조금 전 뉴스를 보니까 방통위원장 후보로 김홍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방통위가 권력 보위에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권익위 위원장을 맡은 때가 얼마 전인데...

검사장 출신으로 권익위 위원장에 지명되었을 때도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를 다시 방통위원장에 앉힌다? 내년 총선이 정권에 절체절명의 위기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길이 방송 장악이라고 해도 이런 억지를 국민이 어떻게 볼까.

대통령실 나아가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정치 상식과 상대방 배려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지나친 일이다. 지켜볼 수밖에 없다. 국가의 빈 자리에 얼마나 많은 검사 출신으로 채울지, 이성이 작동되는 객관적 인사를 적어나마 기대할 수 있을지.

공은 정권으로 넘어가 있다. 허탈함의 정도가 적으면 좋겠는데 이게 가능할까. 대통령은 개인 나아가 부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자리가 아니다. 진영을 넘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할 자리라는 걸 깨닫기 바란다.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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