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사랑

詩 / 박노해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겟느냐

니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겨울은 위축의 계절이 아니다. 생동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어려움을 피하는 계절이 아니라 극복을 비축하는 기간이다. 부정의 계절이 아니라 긍정을 맘껏 노래하는 기간이다. 시인은 이것을 강조하고 있다. 겨울이 없다면 따뜻함과 사랑도 깊이가 없다고 하고 있고, 꽃의 향기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겨울의 추위가 없다면 시린 마음과 언 몸을 녹일 작은 온돌방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자리하지 못하고 따라서 보다 나은 삶에 대한 희망도 상실될 것이라고 염려한다. 시인은 마지막 연에서 겨울을 감격으로 맞이하고 있다. ‘떨리는 겨울 사랑’ 안에 시인의 모든 생각이 담겨 있다. 박노해다운 시이다(耳穆).

취재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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