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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바로 알기 국민운동’을 제안하며전광진(성균관대 명예교수)
전광진 | 승인 2023.11.18 16:37
전광진(성균관대 명예교수)

“한글작가!” 말이 되나요?

‘한글’을 오인, 오용, 오판하지 않는 것이 한글 사랑의 첫걸음!

문화체육관광부·광주시가 후원하고 국제펜클럽 한국본부가 주관하는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4일동안 전라남도 광주 일원 학술 기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이 대회의 명칭을 보고 그 뜻을 알듯말듯하여 영문으로는 뭐라고 했는지가 궁금하였습니다. 국제펜클럽 원로 회원이자 소설가인 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님께 물어보았더니, 영어로는 “International Congress of Writers Writing in Korean”이고, 우리말로 옮기면 “한국어로 글쓰는 작가들의 국제적 모임”이라고 정확하게 알려주었습니다.

이실직고(以實直告)의 친절한 하교(下敎)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아니라 “세계한국어작가대회”라 해야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옳은 표현이라는 말씀드렸더니, 즉각 동의하면서 페북에 “언어와 문자, 맥락을 잘 가려 쓰자”(‘한글’이라는 말에 대하여)는 명문의 글을 올려 주셨습니다.

작가는 표현의 적확성(的確性)을 생명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작가 플로베르(G. Flaubert)는, ‘작가의 생각과 의도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어는 단 하나밖에 없다’는 일물일어(一物一語)설을 주장하였습니다. 작가는 이 시대의 최고 지성인 그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물일어설에 따르면, 한글을 한국어라 할 수 없고, 한국어로 한글이라 할 수 없습니다. 작가분들조차 ‘한글’을 ‘한국어’로 오인(誤認)하고 오용(誤用)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습니다. 이런 오인과 오용이 일반화되다 보니, 한자는 모르고 한글만 알아도 우수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오판(誤判)으로 번질까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오판이 팽배하면 이 땅에서 세계적인 작가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한글뿐만 아니라 다른 문자도 많이 알아야 대가가 될 수 있으니까요!

아울러, 한글만 알아도 한국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오판(誤判)은 교육계에 이미 만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자 교육을 외면하고 방치함에 따라 교과서에 석류 알처럼 송송 박혀 있는 한자어(漢字語)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독해력 저하, 문해력 붕괴로 전국 대부분 학생이 교과서 문장을 읽을 줄은 알아도 속뜻을 몰라 헤매고 있습니다. 공부의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한글은 24개 자모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대단히 쉽습니다. 한글이 쉬울 뿐인데, 한국어도 쉽다는 오판과 착각이 향학열(向學熱)을 달구지 못하고 교육 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이번 “세계한글작가대회”의 홍보전단지에 “한글, 화합을 노래하다”는 표어가 달려있습니다. 언어가 아닌 문자,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표음(表音) 문자로 어떻게 화합을 노래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한글 사랑’의 취지에서 한 말인 것 같은데, 한글 사랑은, 한글을 오인, 오용, 오판하는 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입니다.

한글을 올바로 알고, 올바로 사용하고, 올바로 교육하는 것이 바로 ‘한글 사랑’의 첫걸음입니다. 한글로 할 수 있는 일은 참으로 많습니다. 필자는 문자가 없는 민족, 문자의 편익을 누리지 못하는 민족의 언어를 한글로 서사(書寫, writing)하는 방안에 관한 논문을 10편 넘게 쓴 바 있습니다.

한자나 영문 표기를 ‘한글로만 표기하는 것’(한글 전용)만이 한글 사랑이라 여기는 좀스러움과 옹졸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한글의 우수한 표음 기능을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참다운’ 한글 사랑에 국민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훈민정음은 언어가 아니라 문자입니다. 현대판 ‘어린 백성’(愚民)이 한글을 언어라고 오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혹시 성군께서 아시면 기절초풍하지 않을까요? “한글작가”라는 표현은, ‘한글’이 뭔 말인지도 모르는 작가, 한글과 한국어를 구분하지 못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입니다.

이런 중대한 오류와 착각으로 국제펜클럽 한국본부가 더 이상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한글 오인과 오용은 한 단체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과 나라의 품격을 떨어트립니다. ‘한글’을 제대로 알아야 비로소 ‘진정한’ 한국인이 됩니다. 한글이 뭔지조차 올바로 모른다면 어찌 우리나라 국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세종대왕의 후예라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한글 바로 알기 국민운동’을 제안합니다. 세종대왕의 애민(愛民) 정신이, 이 땅은 물론 세계만방에 뿌리내리게 합시다. 한글은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인을 위한 표음 문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자기 민족 언어를 표음조차 하지 못하는 예가 허다합니다. 유지인사의 많은 성원과 동참을 앙망합니다.

제안 : 한글 바로 알기 국민운동 3대 강령(안)

첫째, 한글의 참뜻을 바로 아는 진정한 대한국인(大韓國人)이 되자!
둘째, 한글을 바로 알아 우리나라 어문 교육의 파행(跛行)을 바로 잡자!
셋째, 한글을 널리 알려 세계인의 문맹퇴치(文盲退治)에 앞장 서자!

2023.11. 18일 아침
전광진(全廣鎭, 성균관대 명예교수) 올림.

 

전광진  gcilbonews@daum.net

전광진  gcilbo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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